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 열렸다.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진행중이다. 다만 대북정책을 둘러싼 국내 여론은 좀처럼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이룬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독일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평화 통일'을 이룩했다는 점에서 늘 우리의 주요 연구대상이었다. 이에 <시사위크>는 독일 통일과정에서 있었던 정책 등을 돌아보고, 향후 대한민국 대북정책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독일 통일의 주역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헬무트 콜 독일 전 총리가 2003년 1월8일 베를린 파리저 광장에 위치한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서 있는 모습. 콜 전 총리는 2017년 6월 16일(현지시간) 독일 자택에서 향년 87세로 작고했다. /뉴시스
독일 통일의 주역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헬무트 콜 독일 전 총리가 2003년 1월8일 베를린 파리저 광장에 위치한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서 있는 모습. 콜 전 총리는 2017년 6월 16일(현지시간) 독일 자택에서 향년 87세로 작고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독일 통일의 가장 큰 특징은 평화적이면서도 갑작스럽고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1989년 10월 7일 동독 정권 수립 4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이후 1개월 뒤인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이듬해 통일을 이뤘다. 독일 통일의 배경에는 서독 정부의 발 빠른 대응 및 의지와 함께 동독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적극적인 요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1960년대 말 이후 사회민주당의 빌리 브란트 총리 시절 동방정책을 통해 동서교류의 장을 넓히는 등 통일의 초석을 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서독인들은 독일 통일에 대해 어떻게 전망했을까. 그리고 통일이 20년 지난 오늘날 통일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 브란트-콜 총리의 통일 강조에도 부정적 전망

동방정책을 통해 동서독 민간 및 경제교류를 늘렸음에도 일반 서독인들은 통일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었다.

독일에서 1966년부터 1986년까지 10년 주기로 이뤄졌던 한 조사에 따르면 '당신은 서독과 동독이 통일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라는 질문에 '체험할 수 없거나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부정적 답변은 매번 증가했다. 1966년 72%이었고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이어받은 사민당의 헬무트 슈미트 총리 시절인 1976년에도 87%가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86년에는 무려 부정적 전망이 93%에 이르렀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당시에도 젊은 세대의 절반 이상이 통일에 반대하기도 했다. 서독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동-서독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조사에서 23%는 '절대반대'를 표명했고 29%도 '찬성보다 반대'를 표명해 총 52%가 반대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독일 통일을 이끌어 낸 대표적인 총리로 평가받는 브란트 총리와 헬무트 콜 총리 역시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브란트 총리는 1970년 소련과의 모스크바 조약 체결과 함께 '통일에 관한 공한'에서 "이 조약은 독일 국민이 자유로운 자결권으로 다시 통일을 이룩하려는 것으로, 이는 유럽의 평화를 추구하는 독일 연방공화국(서독)의 정치적 목적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했다. 콜 총리도 1982년 취임연설에서 "우리에게 독일 문제는 동서독 간의 문제를 넘어 민족의 통일 문제다. 우리 독일인들은 국토분단에 순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부의 기조와 정책에도 불구하고 실제 서독인의 통일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았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 통일 만족도는? 독일 청소년 90% 긍정평가

통일 이전 부정적 여론조사와 달리 통일 이후에 대한 독일인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일 이후 세대인 청소년층 90%가 통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대한민국의 통일이 미래세대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10년 9월 7일 '동독 독재청산 재단'과 청소년 매거진 'Spiesser'가 통일 20주년을 기념해 독일 청소년(14~19살)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일관련 설문조사 결과 독일 청소년의 90%가 통일을 "좋다"고 생각했고, 80%가 스스로를 서독인 또는 동독인이 아닌 단순한 독일인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동독이 독재제도였는가'라는 질문에 73%가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다'는 20%였고 '아마도'는 7%로 조사됐다.

구 동독인들의 독일통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 2014년 9월 'Stern Online'에 따르면 'MDR' 방송사가 의뢰한 설문 결과 75%의 동독인들이 독일통일에 만족했으며, 29세 미만 연령층에서는 96%가 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들은 통일의 장점으로 '여행의 자유', '사적 자유', '경제 및 생활수준의 향상', '직업적 자기발전 가능성' 등을 꼽았다.

다만 옛 서독인들의 48%가 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은 서독이 지불한 통일비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서독인이 25%로 동독인 15%보다 10%p 높게 나왔다. <해당 여론조사는 여론조사기관 'Infratest dimap'가 2014년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14세 이상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9월21일 발표한 남북 통일 시기에 대한 조사결과. 시기에 대해 다소 차이는 있지만 통일에 대해 84%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9월21일 발표한 남북 통일 시기에 대한 조사결과. 시기에 대해 다소 차이는 있지만 통일에 대해 84%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한국갤럽

◇ 대한민국 통일 기대 여론은 긍정 추세

우리나라의 경우 통일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당시 서독에 비해 비교적 높게 나오고 있다. 서독이 통일 이후 20년간 2조 유로(약 3,000조원)에 가까운 통일비용을 쏟아부었던 사례가 있음에도 이러한 여론조사가 나온 것이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9월 2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65%는 '남북 통일은 10년 후쯤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답변했고,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은 19%로 조사됐다. 반면 '통일되지 않는 게 낫다'는 부정적 답변은 12%로 나타났다. <조사기간 9월 18~20일. 조사대상 성인 1,001명. 응답률 1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20대 젊은층에서도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달 2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플래닝앤리서치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실과 국회사무처 산하 사단법인 '청년과 미래'의 의뢰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2.8%로 '필요하지 않다'(26.1%)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조사기간 11월2일~12일. 조사대상 전국 대학생 1,058명. 조사방법 필드대면조사 10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통일이 필요한 이유로는 '경제성장'이 33.3%, '전쟁 위협 감소'가 28.7% 등으로 실용적 통일관을 보였다. 반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는 '지금도 불편함 없음'이 28.9%, '사회혼란' 24.1%, '과다한 비용' 23.7% 등으로 답했다.

강석호 국회 외통위원장은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그동안 왜 통일이 필요한지에 대해 막연히 한민족이니 통일해야 한다는 감성적, 민족주의적 호소가 전부였다"며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미래와 통일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하는 우리 스스로의 지향점이라 생각한다.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 갈 통일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고 간절하다"고 평가했다.


<참고자료>
- '기초자료로 본 독일 통일 20년'(임홍배·송태수·정병기 지음)
- 주 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독일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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