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이 시즌 막판 도루왕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뉴시스
박해민이 시즌 막판 도루왕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김일권-이순철-전준호-이종범-정수근-이대형 그리고 박해민. 프로야구 역사를 함께해온 ‘대도의 계보’다. 도루가 예년만큼 대접받지 못하고 있지만, ‘마지막 대도’ 박해민은 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박해민은 이대형의 뒤를 이어 2010년대 대도로 자리매김했다. 사실상의 데뷔 시즌이었던 2014년 36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5위에 이름을 새기더니, 이듬해 곧장 도루왕에 등극했다. 이후 2018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을 놓치지 않은 박해민이다.

다만, 이 시기에 접어들면서 도루는 점차 존재감을 잃어갔다. 부상 위험까지 있는 도루에 모험을 거는 대신, 적극적인 타격에 승부를 거는 경향이 확산되면서다. 박해민 역시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하긴 했지만 2015년 60개, 2016년 52개, 2017년 40개, 2018년 36개로 숫자는 크게 줄어들었다. 2018년의 경우 역대 가장 적은 도루로 도루왕에 오르기도 했다. 왕년의 도루왕 선배들과 비교하면 머쓱한 기록이다. 

지난 시즌엔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5년 연속 도루왕 수성에 실패하기도 했다. 박해민은 지난 시즌 타율이 0.239에 그쳤고, 출루 자체가 줄어들면서 도루도 24개로 감소했다. 도루왕 경쟁에 가세조차 하지 못했고, 타이틀은 박찬호가 가져갔다. 

하지만 박해민은 이내 제자리를 되찾았다. 지난 20일 기준, 시즌 타율 0.297을 기록 중이다. 특히 10개의 홈런을 때려 자신의 첫 두 자릿수 홈런 시즌을 만들었다. 

다만, 도루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이어졌다. 시즌 초반엔 전반적인 부진 속에 도루 역시 5월 2개, 6월 4개로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7월엔 11번 도루를 시도했지만 5번만 성공하며 체면을 구겼다. 9월 중순까지 성공한 도루 숫자는 20개에도 미치지 못했고, 도루 순위에서도 뒤쳐져있었다. 

그러나 박해민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부지런히 달리기 시작했다. 9월 하순에만 5개의 도루를 추가했고, 10월 들어서는 8개를 더했다. 심지어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4경기에선 무려 6개의 도루를 추가하기도 했다. 결국 박해민은 현재까지 32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도루 순위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물론 이러한 도루 숫자는 여전히 예년에 비해 초라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그 의미는 초라하지 않다. 사상 첫 ‘30개 미만 도루왕’ 탄생을 저지했을 뿐 아니라, 본인 또한 도루왕 타이틀 재탈환에 다가서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삼성 라이온즈에게 남은 것은 5경기. 박해민이 다섯 번째 도루왕 타이틀을 그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몇 개의 도루를 더 추가하게 될지 그의 발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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