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복 감독의 흥행 불패 신화는 끝나지 않았다. /넷플릭스
이응복 감독의 흥행 불패 신화는 끝나지 않았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히트작 메이커’ 이응복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으로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시청자까지 제대로 홀렸다. 새로운 플랫폼과 첫 크리처 장르물, 웹툰 원작이라는 쉽지 않은 도전을 성공리에 마치며 ‘한국형 크리처물’의 신세계를 열었다. 이응복 감독의 흥행 불패 신화는 끝나지 않았다.

이응복 감독은 2009년 KBS ‘전설의 고향-금서’를 통해 첫 연출작을 선보인 뒤, ‘드림하이’(2011), ‘학교 2013’(2012~13), ‘비밀’(2013), ‘연애의 발견’(2014)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다. 특히 ‘태양의 후예’(2016)를 시작으로, ‘도깨비’(2016~17), ‘미스터 션샤인’(2018)까지 3연타석 흥행 홈런을 기록하며 ‘히트작 메이커’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브라운관을 사로잡은 이응복 감독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와 손잡고 새로운 소재와 장르의 ‘스위트홈’으로 돌아왔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 분)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난 18일 공개된 ‘스위트홈’은 한국을 포함, 무려 8개국(대만‧싱가포르‧태국‧베트남‧필리핀‧페루‧쿠웨이트)에서 넷플릭스 랭킹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한국 드라마로는 최초로 미국 일일 랭킹 톱8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응복 감독의 힘이다. 이 감독은 ‘인간의 욕망이 괴물화된다’는 흥미로운 설정과 다양한 개성의 캐릭터, 스릴 넘치는 이야기 전개 등 원작의 장점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도, 캐릭터의 확장과 휴머니즘을 녹여낸 메시지 등 색다른 변주로 새로운 매력의 ‘스위트홈’을 완성했다. 리얼한 괴물의 구현도 호평의 이유로 꼽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시청자까지 제대로 홀렸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시청자까지 제대로 홀렸다. /넷플릭스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이응복 감독은 ‘스위트홈’을 향한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아쉬운 평가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고 더 나은 다음을 약속했다. 그가 실패하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이 기사에는 ‘스위트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공개 후 반응이 좋다. ‘스위트홈’의 어떤 매력이 호평을 이끌어냈다고 생각하나.
“아직은 많이 얼떨떨하다. 시청자들의 의견을 참고해서 말하자면 크리처물이긴 하지만 한국적 정서가 잘 녹아있는, 인간애가 넘치고 재미와 감동이 같이 살아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원작이 있는 작품인데다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도전까지,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나 혼자 결심한 것은 아니고 작업을 도와주는 스태프들 다른 연출자들과 함께 결심하게 됐다. 혼자만의 힘으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는 크게 부담을 안 주더라. 그래서 부담이 안 됐다. 원작에 대해서는 퀄리티 유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원작 캐릭터들이 입체적이고 상황 묘사도 재밌었다. 영상화했을 때 장점이 무엇일까 고민을 했다. 그런 고민들이 많이 무거워서 부담은 덜 했다. 쓸데없이 용감했던 것 같다.”

-웹툰을 시리즈화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과 차이를 둔 지점은 무엇인가.
“원작의 좋은 부분들은 그대로 담아내려고 했다. 세상에 등지려고 했던 현수가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아가고, 어떻게 괴물이 되는 걸 스스로 억제하는가. 또 그 과정에서 괴물보다 못한 인간들이 나오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욕망으로 인해 괴물이 되는 현수의 모습이 이야기의 전체를 꾀는 라인이라고 생각했다. 차이를 두려고 한 부분은 영상화되는 것 자체가 큰 차이점이기 때문에, 영상화됐을 때 괴물들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갈까, 리얼한 괴물의 구현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크리처물은 첫 도전이었는데, 어떤 준비를 했는지.
“일단 해외의 크리처 작품들을 선별적으로 봤다. 하드코어적이고 징그러운 작품들도 많더라. 그중에서 우리 드라마에 맞는 작품들이 무엇이 있을까 살펴봤고, 우리가 구현 가능한 것에 주안점을 뒀다. 또 국내 기술력으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을 고민하면서 VFX(Visual FX)팀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진행했다.”

안방극장을 넘어 넷플릭스까지 접수한 이응복 감독. /넷플릭스
안방극장을 넘어 넷플릭스까지 접수한 이응복 감독. /넷플릭스

-시즌1는 시즌2를 위한 초석 같았다. 여러 단서들을 던진 채 끝이 났는데,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연출했는지. 
“원작 자체가 잘 짜여있는 각본이었다. 원작의 방대한 캐릭터나 상황 등을 드라마로 만들면서 물리적으로 옮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감정적 여백이 많이 생겨나게 됐다. 그 지점에 대해 시즌2에 대한 단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발생한 것 같은데, 의도적으로 단서를 남긴 것은 아니다. 괴물과의 사투를 벌이면서 인물들이 연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백, 그런 관계에서 나오는 여백들을 단서로 봐준 것 같다.”

-주인공 현수뿐 아니라 그린홈 주민들의 이야기가 골고루 비중 있게 다뤄졌다. 그들의 관계성도 눈길을 끌었는데, 인물들의 연결과 구조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괴물을 사람들이 어떤 능력으로 없애는 건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드라마는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연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끼리 어떻게 마주하게 되는가가 큰 고민이었다. 예를 들어 재헌(김남희 분)과 지수(박규영 분)는 같은 아파트 주민이지만 서로에 대해 모르는 사이에서 처음 마주했다가, 가장 뜨거운 인간애를 느끼면서 이별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이 괴물과의 사투 못지않은 드라마틱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또 상욱(이진욱 분)은 살인청부업자로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었다. 이미 괴물이 돼버린 인간이었던 상욱과 치유의 이미지인 유리(고윤정 분)의 상반된 대립구도도 재밌는 부분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초반에는 괴물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괴물보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펼쳐졌다. 이유가 있다면.
“4부까지 괴물이 계속 등장한다. 괴물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하면서 속을 알 수 없었던, 서로 알지 못했던 인물들이 엮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후엔 서로의 사연이 소개되거나 감정이 쌓이게 된다. 그러면서 괴물들이 덜 등장한다. 사실 근육괴물이 점점 비대하게 커지는데, 주변 괴물들을 다 잡아먹어서다. 그래서 괴물이 조금 없어졌다는 설정이었는데, 잘 담기지 못한 것 같다. 8회에서 근육괴물을 처단하고, 어느 정도 클리어가 된 상황에서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인간들이 들어와 쑥대밭을 만들어놓고, 마지막엔 진정한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현수가 괴물화가 되는 상황으로 스토리를 짰다. 크리처를 기대하고 있었던 분들은 아쉬움도 있겠지만, 극적인 구도로 봐준다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린홈은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였다.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폐허가 된듯한 건물에 새로운 것을 기다리고 있는 비밀스러운 욕망이 있는 것이 좋았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 그 안에 숨겨진 욕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을 해봤다. 우리나라에서 아픈 역사적 상황들로 인해 땅굴이 많이 나온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아픈 상처가 되는 욕망의 흔적들이 땅굴로 표현됐고, 어둠 속에서 빛으로 탈출하는 주민들의 생존기를 담아내기 위해 아파트를 배경으로 택하게 됐다. 그런 아픔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꺼내 얘기해보는 기회도 갖고 싶었다. 주민들이 탈출하고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 뒷모습이 보이는데, 어려운 시기이니만큼 든든한 희망이 되는 그림을 만들고 싶어서 상징성을 넣었다.”

-여성 캐릭터들도 돋보였다. 특히 거미괴물을 상대할 때 이들의 연대가 눈에 띄었는데, 여성 캐릭터들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을까.
“‘미스터 션샤인’을 하면서 생각하게 됐는데,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실제로 주체적으로 나서왔다. 단지 기록되지 않거나 잊힌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미스터 션샤인’을 연출할 때 기록들을 찾아보면서 진취적으로 나라를 귀하기 위해 뛰어든 많은 여성들을 봤다. 그런 연대감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괴물보다 못한 인간, 인간보다 나은 괴물을 담아내며 생각할 만한 메시지를 던진 ‘스위트홈’. /넷플릭스
괴물보다 못한 인간, 인간보다 나은 괴물을 담아내며 생각할 만한 메시지를 던진 ‘스위트홈’. /넷플릭스

-음악 활용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이매진 드래곤스의 ‘워리워스’, 비와이의 ‘나란히’ 등을 사용한 이유가 있다면.
“‘워리어스’는 나 스스로 되게 많이 위안을 받고 힘이 됐던 노래다. 크리처에 맞서 싸우는 유약한 인간에게 위로가 되길 바랐는데, 포인트가 조금 급작스러웠던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비와이의 곡은 가사를 봤을 때 느낌이 좋았다. 현수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은데, 곡에 대해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고 주의 깊게 보면서 앞으로 작품을 할 때 더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팬들 사이에서 은혁(이도현 분)과 은유(고민서 분), 재헌과 지수의 러브라인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예상한 부분인가.
“러브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서로의 연대감이 가장 진해진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 부분을 사랑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재헌이 지수에게 ‘좋다’고 하지 사랑한다고는 안 한다.(웃음) 시작이자 비극적인 결말이 났다. 재헌과 지수는 계획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은혁과 은유는 사랑이라기보다 가족애를 담고 있다. 친남매가 아니고 겉으론 차갑지만, 은유를 지키려는 마음과 가족애가 넘치는 은혁의 비밀스런 속마음을 그리고 싶었다. 은혁과 은유는 사랑하면 안 된다. 큰일난다.”  

-회당 3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됐다. 크리처물을 만드는 데 있어서 충분했는지 제작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예산의 정확한 규모나 얼마나 집행됐는지 모르지만,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에 대해 관여는 했다. 90% 세트촬영으로 진행됐고, 주 52시간제를 최대한 지키며 촬영했다. 또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여러 안전 점검들도 있었다. 실제 제작에 필요한 것들에 더해 다른 비용들도 많이 들어간 걸로 알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에 크리처 하나를 만드는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다고 하더라. 원작 특성상 괴물들이 많이 등장해야 하기도 했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게 예산이 큰 작품을 하게 됐는데, 제작비가 적다고 안 좋은 작품이 아니고 제작비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작품은 아니다. 크고 작은 작품들이 많이 섞여있을 때 드라마와 영화가 양질의 발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작비 이슈에 대해 연출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돈에 대한 문제라기보다 가치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것들에 관심이 모아지고 기술적 구현력도 높아진다면, 할리우드 못지않은 기술력을 갖고 새로운 콘텐츠, 한국적 콘텐츠로 전 세계 시장에 도전할 만하지 않나 하는 차원에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괴물보다 못한 인간, 인간보다 나은 괴물 등 기존의 고정관념을 비튼 시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소통이 되지 않았을 때 인간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겉모습이나 편견 때문에 사람마저 괴물처럼 보는 순간들이 있다. 원작에서 이러한 이야기에 대한 좋은 상징이었던 것 같다. 사회적 약자나 갑질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이 드라마에 등장하게 되는데, 상징적으로 구현된 괴물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하면 서로 소통하며 살 수 있고, 서로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재밌게 던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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