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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윤여정, 오스카 홀렸다… 한국배우 최초 여우조연상 수상
2021. 04. 26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AP뉴시스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AP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K-할머니’의 힘은 위대했다.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지난해 영화 ‘기생충’에 이어 다시 한 번 ‘오스카의 벽’을 깼다. 한국영화 탄생 102년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윤여정은 26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온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그는 오스카에서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이자,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 배우가 됐다. 

윤여정은 이미 미국 각종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휩쓸며, 오스카 유력 후보로 점쳐졌다. 그는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마리아 바카로바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맨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과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이변 없이 수상자로 호명됐다.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영어로 수상 소감을 전했는데,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현장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특히 이날 여우조연상 시상은 지난해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톱배우이자, ‘미나리’ 제작사 플랜 B의 수장 브래드 피트가 나서 의미를 더했는데,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 드디어 만나서 반갑다”며 “우리가 영화 찍을 때 어디에 있었냐”고 재치 있는 첫인사를 건네 웃음을 자아냈다.

또 그는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지 못하는 서양인들을 향해 “내 이름을 그냥 ‘여’라고 하거나 ‘유정’이라고 부르는데, 잘못 불러도 오늘은 모두 용서해 주겠다”고 덧붙여 웃음을 더했다. 이어 “나는 한국에서 온 윤여정이다”며 “지구 반대편에 살아서 오스카 시상식은 TV로 보는 이벤트나 TV 프로그램 같았는데, 직접 이 자리에 오게 되니 믿을 수 없다”라더니 “잠시 마음을 가다듬도록 하겠다”면서 긴장된 마음을 추슬렀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시상자로 만난 윤여정(왼쪽)과 브래드 피트. /AP뉴시스
오스카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시상자로 만난 윤여정(왼쪽)과 브래드 피트. /AP뉴시스

윤여정은 “내게 투표를 해준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원더풀 ‘미나리’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 한예리, 노엘, 앨런, 우리는 모두 가족이 됐다. 특히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우리의 캡틴이었고, 나의 감독이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팀 ‘미나리’를 향해 감사를 전했다.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을 향한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경쟁을 싫어한다”며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 나는 그녀의 작품 수없이 많이 봤다. 다섯 후보들 다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해냈다. 경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지 내가 운이 조금 더 좋아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며 “또 한국 배우를 향한 미국 분들의 호의와 환대 덕인 것 같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또 “두 아들에게도 감사하다”며 “두 아들이 항상 내게 일하러 가라고 했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고 전해 환호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윤여정은 그의 첫 스크린 데뷔작 ‘화녀’(1971)를 연출한 고(故) 김기영 감독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나의 첫 번째 영화를 연출한 첫 감독님 김기영 감독에게 감사하다”며 “여전히 살아계셨다면 수상을 함께 기뻐해 주셨을 것”이라고 진심을 전해 감동을 안겼다.

또 무대에서 내려오기 전 객석을 향해 “내가 바르게 잘 말했나요?”라고 되물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북미 배급사 A24가 투자를 맡고,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 플랜 B가 제작한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따라 미 아칸소주의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미국 이민 1세대 이야기를 그렸다. 윤여정은 외할머니 순자로 분해 판에 박히지 않는 자유로운 연기로, 전 세계에 ‘K-할머니’의 매력을 알려 호평을 얻었다. 

한편 ‘미나리’는 이날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외에도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쉽게도 수상하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