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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인터뷰] 박훈의 재발견
2021. 07. 09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박훈이 영화 ‘미드나이트’로 존재감을 뽐냈다. /에일리언컴퍼니
배우 박훈이 영화 ‘미드나이트’로 존재감을 뽐냈다. /에일리언컴퍼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박훈은 오랜 시간 무대에서 연기 내공을 쌓아온 14년 차 배우다. 2007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로 데뷔한 뒤, 다수의 뮤지컬과 연극에서 활약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2016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매체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투깝스’(2017~18),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018~19), ‘해치’(2019), ‘아무도 모른다’(2020)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굵직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개봉한 첫 스크린 주연작 ‘미드나이트’(감독 권오승)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 앞날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영화 ‘미드나이트’는 한밤중 살인을 목격한 청각장애인 경미(진기주 분)가 두 얼굴을 가진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 분)의 새로운 타깃이 되면서 사투를 벌이는 추격 스릴러다. 박훈은 동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종탁 역을 맡아 첫 영화 타이틀롤을 소화했다. 

극 중 종탁은 유도와 복싱으로 다져진 보안업체 팀장으로, 건장한 체격에 불같은 성격을 지닌 캐릭터. 외출 후 사라져버린 동생 소정(김혜윤 분)을 찾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선 그는 연쇄살인마 도식의 덫에 빠져들게 된다. 

박훈은 자연스럽고 현실감이 녹아있는 연기로 어딘가에 실제로 있을 법한 ‘현실 오빠’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내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동생 바보’ 면모부터 동생이 사라진 뒤 분노와 복수심에 가득 차 폭주하는 모습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타격감이 느껴지는 강렬한 액션도 흠잡을 데 없다. ‘박훈의 재발견’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영화 ‘미드나이트’로 첫 타이틀롤을 성공적으로 마친 박훈. /CJ CGV
영화 ‘미드나이트’로 첫 타이틀롤을 성공적으로 마친 박훈. /에일리언컴퍼니

박훈은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재치 있는 입담은 물론, 진중하고 솔직한 대답 한마디 한마디에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졌다.  

-첫 스크린 주연작이었다. 권오승 감독이 캐스팅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했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종탁 역에 나라는 인물이 잘 매치가 안 됐다. 감독님과 제작진이 종탁의 느낌을 만들어줄 수 있을 있을 거라고 믿어준 것 같다. 묵직하고 쾌감 있는 액션을 위해 체중 증량이나 외적인 변화를 제안하셨다. 그걸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있다. 주연이라는 자리가 아니더라도, 모든 배우가 책임감을 갖고 임할 거다. 나 역시 ‘검사외전’ 단역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이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책임감을 느꼈고, 당연히 해내야 하는 일을 하는 거라는 마음을 갖고 임했다.”

-정말 현실 오빠 같은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였다.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나. 
“실제 여동생이나 누나가 없어서 그 감성을 100% 이해하긴 어려웠다. 남매인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많이 했고, ‘흔한 남매의 대화’ 같은 영상 콘텐츠들도 참고했다. 여동생들이 봤을 때 ‘극혐 오빠’ 같은 감성을 가져가고 싶었다.(웃음) 그래야 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리는 모습이 이상한 짠함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첫 등장에서 목이 다 늘어난 해병대 티셔츠를 입고, 발톱을 깎고 있고 잔소리를 하는 모습 등을 통해 그런 감성을 함축해서 보여주고 싶었고, 특수한 군에서 훈련을 받아 무도에 능통하다는 것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한 장면으로 보여줌으로써 후반 액션에 대한 개연성을 부여하고 싶었다.”

-종탁은 피해자의 가족이기도 하고 피해자이기도 하면서 경미를 도와주는 사람이었다가 그 도움을 외면하기도 한다. 극 중 가장 복합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이었는데, 각 상황에서의 종탁을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하고자 했나.
“모든 상황을 다 꿰뚫기 위한 정서적인 우선순위가 필요했고, 그것이 동생 소정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여동생을 둔 종탁은 강제적으로 어른스러워졌을 거다.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동생을 위해 희생하다시피 살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처럼. 종탁의 그런 면이 가장 중요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영화 ‘미드나이트’에서 종탁을 연기한 박훈. /CJ CGV
영화 ‘미드나이트’에서 종탁을 연기한 박훈. /CJ CGV

-액션신이 많았는데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연극할 때부터 액션을 많이 해 와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미드나이트’ 액션 감독님과도 전작에서 만난 경험이 있어서 쉽게 소통할 수 있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액션을 협의해서 현장 상황에 맞춰 변형시켜 가면서 만들어갔다. 전작에서 유도를 배워서 이번 액션에 업어치기 같은 기술을 접목했고, 이종격투기 기술을 녹이기도 했다. 와이어 장면도 익숙해서 실제 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다만 체중을 급격히 불리다 보니 쉽게 지치는 부작용이 있더라. 숨이 빨리 차더라. 쉬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촬영했다.” 

-촬영 당시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았다고. 체중 관리도 그렇고, 피로도도 높아 힘든 과정이었을 것 같은데.  
“지나간 추억이라 말할 수 있다. 당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봐 주변에 말하지 않았다.  지금은 건강해져서 지나간 추억처럼 말씀드릴 수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체중이 급격하게 빠지고 피로감이 굉장히 심한 질병이라 해결책이 쉬는 거 말고는 없다. 그런데 정말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다. 현실감 있고 풀어진 느낌을 낼 수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했는데 제작진이 많이 배려를 해줬다. 물론 쉽지 않았지만, 할 수 있다고 자기최면을 걸면서 했다. 작품이 끝나고 나서 훨씬 더 건강해진 것 같다. 이 작품이 내게 좋은 기운을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은 아주 건강하다.” 

보여줄 게 더 많은 배우 박훈. /에일리언컴퍼니
보여줄 게 더 많은 배우 박훈. /에일리언컴퍼니

-앞서 차근차근 밟고 올라왔다고 표현한 것처럼, 연극부터 시작해서 현장에서 쌓아온 내공이 이번 작품을 통해 특히 더 빛을 발했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렇게 봐주셨다면 감사하다. 버릴 경험은 없는 것 같다. 그 시간이 내게 헛되지 않았다. 연극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라는 건 언제쯤 더 확장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내 연기를 보여줄까에 대한 거다. 조급해 하진 않았다. 때가 올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때 그 시간들이 연기를 통해 언뜻언뜻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선이 굵게 생겨서 큰 작품의 선택을 받았는데, 그런 작품들에서 정형화된 연기를 많이 보여줬다면 ‘미드나이트’에서는 현실에서의 사람, 라이브한 느낌을 더 추구하다 보니 그렇게 봐주신 게 아닐까 싶다. 캐릭터를 연구할 때 어떤 특정 작품을 참고하는 게 아니라 내 주위의 사람들을 차용한다. 동네 마트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종탁 캐릭터를 위해 동네 40년 된 이발소에 가서 가장 멋을 안 부린 사람의 머리스타일로 잘라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연극할 때부터 밟아왔고 경험이 있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다행히 현장에서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아내 겸 연극배우 박민정의 반응도 궁금한데. 
“같은 배우이다 보니 혹독하고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체중 증량할 때도 더 먹으라고 하고, ‘그 정도 해서 되겠어?’라고 하더라. 조련사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비평가 혹은 액팅 코치와 함께 사는 느낌? 하하. 하지만 그 쓴소리가 내게 도움이 되는 거니 좋다. 아무나 해줄 수 없는 말이잖나. 동료 배우로서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큰 행운이지 않을까 싶다.”  

-차기작 계획은. 
“한 번 멋을 포기해봤으니 다음 작품에서는 멋을 마음껏 뽐내보려고 한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웃음) 차기작은 드라마가 될 것 같고, 지난해 운 좋게도 영화 작업을 많이 해놔서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들도 여러 편 있다. 기다리면서 다음 작품에 열심히 임해보려고 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렇게도 바뀌고 저렇게도 바뀌네’라는 소리를 들으면 좋을 거다. 듣고 싶은 수식어는 없지만, 대중이 나의 역사만 알아줘도 성공한 배우가 아닐까 싶다. 시대를 같이 흘러가는 배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