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제8일의 밤’(감독 김태형)로 돌아온 이성민.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제8일의 밤’(감독 김태형)로 돌아온 이성민.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이성민은 어떤 캐릭터를 만나든 그 인물 자체가 돼 관객을 극으로 끌어당긴다. 따뜻한 인간미부터 묵직한 카리스마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보는 이를 압도해왔다. 넷플릭스 영화 ‘제8일의 밤’(감독 김태형)에서도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치밀하고 설득력 있는 연기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성민은 지난 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제8일의 밤’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신예 김태형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제8일의 밤’은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세상에 고통으로 가득한 지옥을 불러들일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벌어지는 8일간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이성민은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지 않도록 지켜야만 하는 자 진수로 분했다. 진수는 다른 사람들은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영혼을 천도해야 하는 운명, 그리고 베일에 가려진 슬픈 과거를 지닌 인물. 

이성민은 독특한 정서를 지닌, 인물의 복합적인 내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호평을 얻고 있다. 많지 않은 대사에도 강렬한 눈빛,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는 섬세한 연기로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했다는 평이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이성민은 “어떤 카르마를 지니고 사는 인물인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했다”며 지금의 진수가 완성되기까지 깊은 고민의 과정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매 작품,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하는 이성민. 그가 분한 모든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이유가 아닐까. 

이성민이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넷플릭스
이성민이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넷플릭스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는 처음인데.  
“처음 겪는 일이라, 어색하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더라. 코로나19 시국에 영화가 공개되는 거라, 그전과는 다른 비대면 형식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고 낯설었다. 또 넷플릭스 공개라 전 세계 몇 개국에서 본다고 하니, 인터뷰할 때도 굉장히 조심스럽고 더 신중해진다. 극장 개봉을 하면 어제 관객이 얼마나 들었는지에 대해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데, 넷플릭스는 알아볼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그래서 내심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 누구보다 안타까운 건 (김태형) 감독일 거다. 첫 연출한 영화였는데 큰 극장이 아니라 TV로 봐야 하는 영화라 아쉬운 마음이 들 거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관객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점에 끌려 작품을 택했나. 시나리오 첫 느낌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 양자역학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시나리오에 금강경 구절이 쓰여 있었는데, 양자역학과 맞닿은 지점이 있더라. 그래서 반가웠고 호기심이 생겼다.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다른 어떤 것이 있다면, 우리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관심이 갔다. 진수가 그런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았다.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오컬트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다. 공포물을 잘 못 보기도 하고, 이런 장르의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 처음 접해보는 장르라 굉장히 많은 고민이 됐는데, 김태형 감독이 여러 이미지를 보여줬고, 이렇게 구현될 거라고 설명했다. 자료를 보면서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다.” 

-진수는 다른 오컬트 영화 속 주인공과 어떻게 달랐나.
“진수는 다른 세계에 관여한, 그 세계에 들어가 있는 캐릭터인 것 같았다. 그 점이 조금 다른 부분이 아닐까. 진수가 전직 스님이었다는 것도 새롭게 다가왔고 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줬다. 종교가 다른 오컬트 영화와 다른 지점이 아닐까. 단순히 귀신을 퇴마하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되묻는 영화다. 깊이 있는 드라마로 보면 더 재밌을 거다."

‘제8일의 밤’으로 재회한 남다름(왼쪽)과 이성민 스틸컷. /넷플릭스
‘제8일의 밤’으로 재회한 남다름(왼쪽)과 이성민 스틸컷. /넷플릭스

-첫 등장부터 눈빛이 강렬했다. 별다른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 진수의 상황이나 상태,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는데, 어떤 고민이 있었나. 또 대사가 많지 않아 다른 연기로 공백을 채워야 했는데, 부담감은 없었나. 
“대사가 별로 없어서 좋았다.(웃음) 편했다. 눈빛만으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건 아마 감독이나 촬영감독이 고민했을 거다. 말없이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서 보이는 이미지나 내면의 세계를 담기 위해 감독과 촬영감독이 많이 고생했을 거다. 나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다만 진수 혼자 있을 땐 무리가 없었는데, 청석(남다름 분)과 함께 있을 때 청석 혼자 말을 해야 해서 부담을 느꼈다. 그런 장면들에서는 남다름의 활약이 많이 필요했다. 남다름이 풍성하게 만들어줘서 청석과 진수의 장면이 조금 더 재밌게 나온 것 같다. 남다름이 역할을 많이 해줬다.”

-남다름과 드라마 ‘기억’(2016) 이후 재회했는데, 호흡은 어땠나.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났던 배우가 남다름이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가 빛나야 이 영화가 빛날 거라고 생각했고, 결과물에 만족한다. 호흡도 좋았다. 남다름이 이 작품을 통해 아역으로 이미지를 소모하는 배우가 아닌, 기존 아역 이미지와 다른 이미지로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촬영했다. 정적이고 점잖은 모습에서 조금 더 쾌활하고 유쾌한 이미지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고, 후반부에는 건장한 청년의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아서 앞으로 남다름이 성인이 됐을 때 더 매력적인 배우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매 작품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성민. /넷플릭스
매 작품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성민. /넷플릭스

-퇴마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산스크리트어로 계속 주문을 외우고, 보이지 않는 상대와 몸싸움도 해야 했다. 촬영은 어땠나. 
“복잡한 주문이 아니라 힘들진 않았는데, 반복해야 하는데 입에 안 붙어서 조금 어려웠다. 그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과 연기하는 게 힘들더라. 초반 감독, 미술감독이 어떤 이미지인지 그려서 설명을 많이 해줬는데, 직접 보지 않고 하니 낯설었다.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의 공격을 받는 것을 연기하는 것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배우라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집중해서 했다.” 

-쉼 없이 연달아 작품을 하고 있다. 지치진 않나.
“거의 다 완성된 영화가 아직도 몇 편 남아있는데, 언제 개봉할지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코로나19가 해결되고 다시 극장에 걸릴지, 어떤 순서로 걸릴지 예상이 안 되는 상황이다. 농사를 지어서 창고에 쌓여있는 농산물이 많은데, 아무도 안 사 먹으니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서 현재는 영화 촬영을 잠시 미뤄두고 있다. 

나는 쉼 없이 작품을 하는 편인데, 작업할 때가 좋다. 몸도 더 건강하다. 적당히 긴장하고 살아서 그런가 보다. 그래서 그것이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쉬고 있으니 몸도 아프고 건강도 자꾸 안 좋아지는 것 같고 그렇다. 밀려있는 영화들이 빨리 극장에 걸려서 관객과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다음 작품을 기대할 수 있게 하고, 기대에 충족할 수 있는 작품에 참여해서 함께 다시 영화를 만드는 환경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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