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경수가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NEW
배우 류경수가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류경수가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인질범 조직의 2인자로 분한 그는 그동안 쌓아온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대선배’ 황정민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인질’은 어느 날 새벽,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황정민 분)의 이야기를 담은 액션 스릴러로, 단편 ‘무기의 그늘’ ‘어떤 약속’ 등으로 주목을 받은 신인감독 필감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18일 개봉한 뒤 지난 25일까지 8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흔들림 없는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질’은 충무로 대표 배우 ‘황정민’으로 분한 황정민과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신선한 매력의 신예 배우들이 시너지를 발산하며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특히 개봉 전까지 베일에 감춰져 있던 인질범 5인방은 탄탄한 연기력과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공개와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류경수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조직의 2인자 염동훈으로 분한 그는 강렬한 비주얼로 등장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더니 납치된 황정민, 조직의 리더 최기완과 끊임없이 대립하며 극적 긴장감을 유발한다. 서늘한 눈빛과 거친 말투, 껄렁껄렁한 걸음걸이 등 소위 말하는 동네 ‘양아치’의 모습을 그리며 리얼리티를 높이는 것은 물론, 연인을 잃은 분노로 폭주하는 깊은 감정 연기까지 안정적으로 소화해 호평을 얻고 있다. 

류경수는 2007년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로 데뷔한 뒤, 독립영화와 연극, 뮤지컬에서 활동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후 2019년 영화 ‘항거: 유관순’에서 니시다 역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드라마 ‘자백’(2019)과 ‘이태원 클라쓰’(2020), ‘도시남녀의 사랑법’(2020)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이번 ‘인질’에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과 ‘글리치’, 넷플릭스 영화 ‘정이’까지 연이어 캐스팅되는 등 활발한 활약을 예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류경수는 ‘인질’ 캐스팅 과정부터 선배 황정민과의 호흡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인질’을 두고 “성장의 밑거름이 된 작품”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류경수가 ‘인질’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NEW
류경수가 ‘인질’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NEW

-개봉 후 반응이 좋다. 기분이 어떤가.
“시국도 어려운데 많이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관객 한 분 한 분 다 소중하고 감사하다.”

-배우를 향한 호평도 많다.
“고민도 많이 하고, 어려운 지점도 많았는데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치열하게 부딪히고 끈끈하게 촬영에 임했던 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다. 내게 정말 좋은 과정이었다. 매 작품을 마치고 나면 성장하는 게 있다. 몸으로 느끼고 부딪히고 빡센 현장일수록 더 성장한다. 그래서 더욱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만날 작품에서도 관객의 기대에 부흥해야겠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웃음)”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우리나라에 정말 잘 하는 배우가 많으니 내가 될 줄은 몰랐다.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쁘기도 했지만, 부담감이 더 컸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이 앞섰다.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필감성 감독님의 말에 힘을 얻었다. 영화 촬영 내내 신뢰하고 응원해 주셔서 잘 해낼 수 있었다.” 

-염동훈을 표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관객들이 보기에 이 인물이 어떻게 나아갈지 예측 불가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로 담아내고자 했고, 거침없이 주눅 들지 않고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쉽지는 않았다. 황정민 선배와 붙어서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기에 눌리면 안 된다고 다짐했지만 어려웠다. 그런데 감독님과 황정민 선배가 많이 북돋아줘서 최대한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덕에 어떤 장애물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고, 목적대로 가지 않아 나오는 동훈의 스파크가 재밌게 담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외적인 모습도 강렬했다. 비주얼 구축 과정이 궁금하다.   
“오디션을 봤을 때 머리가 짧은 상태였다. 조금 더 강력한 임팩트를 주기 위해 더 짧게 잘랐다. 의상은 이질감이 느껴지게 표현하고자 했다. 관객들이 ‘저 사람들 이상하다, 뭐지?’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선택했다. 또 마디가 없는 손가락 설정으로 인물의 사연을 보여주고자 했다. 필감성 감독님이 생각하고 그린 것들이 이미 디테일하고 충분했다. 그것을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더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인질’로 호흡을 맞춘 류경수(왼쪽)과 김재범. /NEW
‘인질’로 호흡을 맞춘 류경수(왼쪽)과 김재범. /NEW

-조직의 리더인 최기완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는데, 어떤 고민을 했나. 
“굳이 일부러 다르게 표현해야지 생각하진 않았다. 이미 시나리오에 충분히 잘 담겨있었고, 기완을 연기한 김재범 형이 갖고 있는 느낌과 내가 표현하는 동훈이 그 지점을 잘 드러낼 거라 생각했다. 기완은 차갑고 동훈은 뜨겁다. 극단에 있는 인물인데, 차가운 인물이 어느 순간 뜨거워지기도 하고 뜨거운 캐릭터가 어느 순간에는 차갑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한 지점이 영화에 잘 담긴 것 같고 두 인물의 밸런스가 좋았던 것 같다.”  

-인질범 중 황정민과 가장 많이 부딪히는 역할이었다. 의자에 묶고 때리는 장면도 있었는데, 굉장히 리얼했다. 대선배라 부담도 컸을 것 같은데, 황정민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어갔나.  
“정말 부담됐다. 촬영 전날 잠이 안 올 정도였다. 그런데 황정민 선배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가 리얼리티라고 강조했고 그 장면을 찍으면서도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편하게 과감하게 들어가라고 편안하게 해주셔서 잘 해낼 수 있었다. (황정민과의 촬영은) 매 순간 감탄이었다. 촬영장 밖에서는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재밌는데, 현장에 가면 그 기운이 달라진다. 고민하고 연습해온 것을 모두 쏟아내는데, 이렇게 해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인질’ 이후 나 역시 업그레이드가 된 것 같다. 조금이라도 나태한 마음이 들면 황정민 선배가 어디서 쳐다보고 있을 것 같더라. 하하.”

-황정민이 칭찬을 해주기도 했나. 
“얼굴 칭찬이었다. 잘생겼다 그런 게 아니라, 얼굴이 갖고 있는 느낌을 좋아해 주셨다. 화면에 드러났을 때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는데, 그 느낌이 너만의 매력이라고 이야기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정말 행복했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류경수. /NEW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류경수. /NEW

-촬영 전 리허설을 통해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정말 재밌었다. 대학교 워크숍 하는 느낌으로 연습하고 장난도 치면서 즐겁게 했다. 끝나고 항상 맛있는 거 먹고 오늘 어땠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설레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황정민 선배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많이 했는데, 마스터의 위치에 가있는 분들이 여전히 연기를 할 때 재밌을까 항상 궁금했다. 그 질문을 감히 드렸는데 ‘아직도 심장이 뛴다’고 하시더라. 되게 인상 깊었다.” 

-본인은 연기할 때 언제 심장이 뛰나. 
“계속 그렇다. 새로운 걸 만났을 때 나와 어울릴까 어떻게 그려질까 생각하며 설렌다. 첫 촬영장에 나갈 때나 촬영할 때, 또 그 고민과 상상이 끝나고 난 후에는 관객이 어떻게 봐주실까 생각하면 심장이 뛴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아주 큰 원동력이다.” 

-데뷔 14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이제 드디어 빛을 보는 느낌이다. 돌아보면 어떤가. 
“막연하게 언젠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진짜 될까라는 생각에 흔들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가 없는 나의 삶은 굉장히 외로울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더 이를 악물고 버텨낼 수 있었다. 누구나 무명이 있고 그 길을 버텨내는 게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빨리 부름을 받게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인질’은 배우 류경수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올림픽에서 양궁 선수가 첫발을 쏜 느낌이다. 그래서 두 번째 화살이 궁금해지고, 다음 세트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 굉장히 의미 있고 감사한 작품이고, 앞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밑거름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나도 기대가 된다. 관객들도 기대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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