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작품 분량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임성재. /샘컴퍼니
매 작품 분량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임성재. /샘컴퍼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임성재는 연극 무대에서 탄탄히 내공을 쌓은 뒤, 매체로 활동 반경을 넓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실력파 배우다. 영화 ‘변산’(2017)을 시작으로 최근작 ‘연애 빠진 로맨스’(2021)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분량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리고 첫 주연을 맡은 왓챠 오리지널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의 ‘재방송’(감독 손석구)을 통해 ‘배우 임성재’의 진가를 제대로 증명했다. ‘언프레임드(Unfaramed)’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네 명의 아티스트 박정민‧손석구‧최희서‧이제훈이 마음속 깊숙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한 숏필름 프로젝트다. 

‘반장선거’(감독 박정민), ‘재방송’(감독 손석구), ‘반디’(감독 최희서), ‘블루 해피니스’(감독 이제훈)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네 편의 영화를 한데 담은 ‘언프레임드’에서 임성재는 손석구 감독이 연출한 ‘재방송’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했다. 

‘재방송’은 결혼식장에 동행하게 된 이모와 조카의 성가시고, 애틋한 하루를 그린 로드무비다. 보편적이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빛나는 한순간을 포착한 것은 물론, 생생하게 살아있는 대사 곳곳에 유머를 더해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작품으로 완성, 호평을 얻고 있다. 

네 편의 숏필름 중 가장 현실적이고 보통의 일상을 담아낸 ‘재방송’은 두 주연 배우 임성재, 변중희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와 호흡으로 더욱 생생하게 완성됐다. 특히 조카 수인을 연기한 임성재는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바탕으로, 유머와 감동 사이 탁월한 완급조절을 보여주며 관객을 울리고 웃긴다. 

왓챠 오리지널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의 ‘재방송’(감독 손석구)에서 무명배우 수인으로 분해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임성재. /왓챠
왓챠 오리지널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의 ‘재방송’(감독 손석구)에서 무명배우 수인으로 분해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임성재. /왓챠

이미 관객과 만난 ‘변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연애 빠진 로맨스’ ‘언프레임드-재방송’은 물론, 앞으로 선보일 ‘비상선언’ ‘보고타’ ‘공조:인터내셔날’ ‘야행’ ‘헌트’ ‘오픈 더 도어’까지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가며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그는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재방송’을 두고 “진심을 다한 작품”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첫 주연작이었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후 네 편의 숏필름 중 가장 반응이 좋았다. 기분이 어떤가. 
“감개무량하고 얼떨떨하고 좋고, 그렇다. 아쉽기도 하고… 전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아껴뒀다 시사회 때 봤다. 아무래도 내가 나오는 작품을 잘 못 보는데, ‘재방송’은 꼭 보고 싶어서 관람을 했다. 변중희 선생님이 정말 좋았다. 현장에서도 베스트였지만, 스크린에서도 압도적이더라. 그래서 내 연기에 대한 아쉬움보다 다른 배우들이 눈에 보이더라. 그래서 더 좋았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손석구 감독이 제안을 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했나. 
“(손석구 감독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인상적이게 보셨다고 하더라. 이후 ‘연애 빠진 로맨스’라는 작품을 같이했는데 그때도 굉장히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같이 출연한 시간에 비해 작품에 대해,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들이 꽤 있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좋게 봐주셨고, 나도 워낙 연기자로서, 사람으로서 손석구 배우를 좋아해서 제안을 받았을 때 흔쾌히 받아들였다.” 

자연스러운 연기로 캐릭터 그 자체로 존재하는 임성재. /샘컴퍼니
자연스러운 연기로 캐릭터 그 자체로 존재하는 임성재. /샘컴퍼니

-‘재방송’은 어떻게 다가왔나. 
“누구라도 보면 몰입할 수밖에 없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특별한 해석이나 별다른 기지를 발휘해야 하는 영화가 아니라 굉장히 편하게 봤고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들었다. 수인이라는 인물도 공감대가 커서 접근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손석구 감독이 재밌는 트랩을 깔아놔서 나는 그저 수행하기만 하면 됐다.”

-손석구 감독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가장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 
“이모와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긴 했다. 어떻게 하라고 일러주기보다는 내가 수인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수인의 나날 중 하루 정도를 포착해서 담은 숏필름이기 때문에 작전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그냥 내 이야기를 하는 다른 사람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거의 내 이야기와 다름없었고,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재밌었다.”

-본인의 이야기와 다름없었다고 했는데, 실제 자신의 모습을 녹여 내거나 의견을 낸 부분도 있나. 
“대사나 지문, 상황 같은 경우는 대본을 거의 철저히 지켰다. 인물 외에 어떤 것들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입고 연기했을 때 사소한 움직임이랄지 그런 것들에는 나의 몫이 있었다. 이미 감독님과 이야기를 워낙 많이 하고 작품에 들어갔기 때문에 계산을 했더라도 계산을 안 한 것처럼 할 수 있었다.”

-보편적이고 평범한 일상을 담은 작품이라, 배우들의 자연스럽고 실제 같은 연기가 중요했고, 실제로 두 배우가 그렇게 해냈다. 이번 작품에서 특히 더 신경 쓴 지점이 있을까. 
“나라는 사람 자체가 그렇기도 하지만, 제일 주요했던 부분은 현장 분위기였던 것 같다. 현장이라는 게 배우가 충분히 뭔가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꼬이게 되는 경우들이 생기기도 하잖나. 그런데 이번 현장은 뭐랄까, 정말 뛰어놀 수 있는 곳이었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그런 분위기를 잘 조성해 줘서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또 변중희 선생님이 그런 눈빛과 제스처로 받아주지 않았다면 절대 그렇게 못했을 거다. 정말 탁월한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 임성재(왼쪽)과 변중희. /왓챠 ​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 임성재(왼쪽)과 변중희. /왓챠 ​

-변중희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전작 중 ‘실버택배’라는 작품을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저렇게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실제 같은 연기를 하시더라. 내가 과연 그분의 ‘케미’를 잘 맞출 수 있을까 우려도 있었는데, 정말 잘 리드해 주셨다. 나도 그래도 연기한지 10년이 넘어가는 세월인데, 연기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늦게 연기를 시작하셨는데도 고착화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셨다. 연기에 대해 또 생각하게 만드는 배우가 나타났구나 싶었다.”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진심이었다는 것. 굉장히 진심으로 하려고 했다. 배우는 역할과 작품을 항상 사랑하지만, 역할보다 작품을 더 사랑한 드문 경우지 않을까 싶다. 손석구 감독의 글이 정말 마음에 들었고, 소규모 작업이라고 하면 맞을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복닥복닥 저희끼리 하는 작업이니 만큼 작품 자체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스태프들이 너무너무 최선을 다해줬다. 구석구석 스태프들의 아이디어, 흔적들이 정말 많이 녹아있다. 참여한 배우 입장에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임성재. /샘컴퍼니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임성재. /샘컴퍼니

-무명배우인 수인은 ‘어쩌다 배우가 될 생각을 했냐’는 질문에 ‘영원히 남잖아’라고 답한다. 똑같은 질문을 배우 임성재에게 한다면 어떤 답을 할까.  
“그저 공감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극단에 있을 때 버스를 타고 가다가 고등학교 선배에게 안부전화가 온 적이 있다. 그때 요즘 뭐 하냐고 물어서 연극하고 있다고 했더니, 한 3초 정도 있다가 ‘사람은 결국 하고 싶은 거 하나봐’라고 하더라. 그 형이 딱히 좋아하지 않을 때였는데, ‘나도 좋아하는 게 있으니 아마 그걸 할 거야’라는 말로 들렸다. 내게 연기가 그런 것 같다. ‘연기를 못하면 죽을 것 같아’ 이건 아니지만, 아마 어떻게든 하지 않았을까.” 

-배우를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있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어떤 순간은 없다. 다만 중학교 때 손현주 선배의 연기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어린 마음에도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배우라는 것까지는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정말 멋있다. 그런데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 같다. 그 뒤로 화장실에 가서 혼자 대사를 읊었다. 그리고 뭔가 울컥 올라왔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어떤 감정을 참지 않았던 게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선보일 작품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데뷔 후 지금까지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들고, 앞으로는 어떻게 쌓아나가고 싶나. 
“공연이 끝나면 커튼콜을 하는데, 그때 쾌감이 크다. 관객들을 내 눈으로 목도하는 시간들이잖나. 영화도 무대에 올라 관객의 눈을 쳐다보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때 그 느낌이 계속 연장되고 있는 기분이고 정말 좋다. 포기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 자체만 이야기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배우가 좋은 배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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