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27번째 장편 연출작 ‘소설가의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제작 전원사, 콘텐츠판다
홍상수 감독의 27번째 장편 연출작 ‘소설가의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제작 전원사, 콘텐츠판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홍상수 감독의 27번째 장편 영화이자, 그의 연인 김민희와 9번째 호흡을 맞춘 영화 ‘소설가의 영화’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지난 2월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소설가의 영화’가 국내 관객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중년의 소설가 준희(이혜영 분)는 연락이 끊긴 후배 세원(서영화 분)을 만나기 위해 서울 근교 후배의 책방을 찾는다. 낯선 동네에서 오랜만에 후배를 만난 준희는 그날 하루 연이어 몇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과거 일로 악연이 된 영화감독 효진(권해효 분)과 그의 아내 양주(조윤희 분), 오래 전 함께 어울렸던 시인 만수(기주봉 분), 처음 만났지만 너무나 잘 통하는 배우 길수(김민희 분)까지, 우연한 만남과 짧은 대화를 통해 준희는 무력해진 자신의 글쓰기를 대신할 자신만의 영화를 꿈꾸게 된다. 

‘소설가의 영화’에서 호연을 펼친 김민희(아래 왼쪽)와 이혜영(아래 오른쪽). /㈜영화제작 전원사, 콘텐츠판다
‘소설가의 영화’에서 호연을 펼친 김민희(아래 왼쪽)와 이혜영(아래 오른쪽). /㈜영화제작 전원사, 콘텐츠판다

‘소설가의 영화’는 소설가 준희를 따라가는 흑백 영화다. 준희가 잠적한 후배의 책방으로 먼 길을 찾아가고, 혼자 타워를 오르고, 영화감독 부부를 만나고, 공원을 산책하다 배우 길수를 만나게 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설득을 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는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가 우연히 만난 인물들과의 일상적이고 사소한 대화만을 담백하게 비춘다. 특별한 사건도 극적인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관객은 이 별것 아닌 대화들에 공감하고, 웃고, 빠져든다. 단순한 구성과 서사 속 인물의 감정적 세계를 훔쳐보게 하는 재미, 홍상수 감독의 힘이다. 

이는 주인공 준희가 꽤 매력적으로 그려진 덕이기도 하다. 최근 그의 작품에 등장한 캐릭터 중 남녀를 불문하고 가장 솔직하고 거침없고 당당하다. 그런 준희가 내뱉는 말들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왠지 모를 통쾌함을 안기기도 한다. 특히 자신의 시선으로 남의 인생을 쉽게 평가하고 판단하고 정의하는 이들에게 일갈할 때 더욱 그렇다.

배우들은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소설가의 영화’를 채운다. /㈜영화제작 전원사, 콘텐츠판다​
배우들은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소설가의 영화’를 채운다. /㈜영화제작 전원사, 콘텐츠판다​

배우들은 연기인지 실제인지 착각할 만큼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소설가의 영화’를 채운다. 소설가 준희를 연기한 이혜영부터 배우 길수 역의 김민희, 영화감독 효진으로 분한 권해효, 준희의 후배 세원 역을 맡은 서영화, 시인 만수 역의 기주봉 등 이미 홍상수 감독과 여러 번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인 만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 안에 온전히 녹아든다. 

그중에서도 주연배우 이혜영의 단단한 내공이 느껴진다. 잔잔한 필름 안에서 위트와 특유의 카리스마를 더해 매력적인 소설가 준희를 완성하며 관객을 매료한다. 러닝타임 92분, 오는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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