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야차’(감독 나현)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 설경구.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야차’(감독 나현)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 설경구.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설경구만큼 ‘야차’ 캐릭터를 완벽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넷플릭스 영화 ‘야차’를 연출한 나현 감독은 주연배우 설경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나 감독의 말처럼, 설경구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나아가는 지강인을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완성하며 이름값을 또 한 번 증명한다. 

지난 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야차’는 스파이들의 최대 접전지 중국 선양에서 일명 ‘야차’ 지강인(설경구 분)이 이끄는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 팀과 특별감찰 검사 한지훈(박해수 분), 그리고 각국 정보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접전을 그린 첩보 액션이다. 공개 후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를 차지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야차’에서 정의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강인으로 분한 설경구. /넷플릭스
‘야차’에서 정의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강인을 연기한 설경구. /넷플릭스

극 중 설경구는 사람 잡아먹는 귀신 ‘야차’로 불릴 정도로 통제불능에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지강인으로 분했다. 강인은 주어진 임무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끼지 않는 인물이다. 

설경구는 거칠고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부터 팀원들을 아끼고 생각하는 리더의 면모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능숙한 중국어와 일본어 연기는 물론, 강도 높은 액션도 완벽 소화했다. 한지훈을 연기한 박해수, 블랙팀 양동근‧이엘‧송재림‧박진영 등 멤버들과의 케미스트리 역시 흠잡을 데 없다. 

첫 OTT 플랫폼 영화 ‘야차’ 공개를 시작으로,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까지 ‘열 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설경구는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야차’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설경구가 ‘야차’와 함께 한 이유를 전했다. /넷플릭스
설경구가 ‘야차’와 함께 한 이유를 전했다. /넷플릭스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편한 오락영화를 하고 싶었다. 쉬운 작업일 리 없지만 그래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던 시기에 이 시나리오를 만났다. 액션도 있고 즐기면서 영화를 찍어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처음에는 내가 해도 될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렇게 멋부리는 걸 해도 될까. 부끄럽기도 하더라. 대놓고 ‘나 멋있어’ 하는 느낌이 들었고 강렬해서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강인에게 블랙팀 멤버들이 있었고, 함께 만들어 가면 재밌겠다 생각했다. 해보지 않은 스케일의 영화였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호감이 갔다.”

-강인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사람처럼 보여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조금 톤 다운을 해서 땅에 발을 붙인 사람으로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 입체감 있게 표현하고 싶었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너무 정직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라 다음 행보가 궁금하고 무슨 짓을 할까 불안함을 유발하길 바랐는데, 의외로 정직하더라. 그래서 그 정직함 때문에 예상이 되는 지점이 있어 아쉬웠다.” 

-중국어와 일본어 연기도 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나현 감독이 외국어와 액션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데 나는 현장에서 너무 언어에만 매달리면 배우로서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게 미흡해질까 봐 외국어 선생님에게 감독 모르게 협박을 하기도 했다. 외국어라는 게 잘 되던 발음이나 악센트가 다음 테이크에서 안 되고, 그걸 체크하면 또 다른 부분이 안 되고 그러더라. 선생님이 현장에서 계속해서 체크해 줬다. 내가 능력이 있어서 잘 소화한 것은 아니고, 체크를 많이 당했다.” 

-격한 액션을 소화했는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액션 연기에 대한 변화도 느끼나. 
“한동안은 액션을 해야 하는 작품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제 나이가 드니 제안이 안 오나 보다 했는데, ‘야차’는 상당히 많더라. ‘야차’ 이후 아직 개봉 날짜가 잡히지 않은 ‘유령’도 그렇고, 계속 액션이 생겼다. 나이를 먹으면서 액션은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요령은 아닌데, 여유 있는 액션도 재미가 있지 않나. 결국 액션도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같으면 힘으로 몰아붙이고 할 텐데, 힘으로만이 아니라 여유롭게 툭 치는 게 재밌는 액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떤 배우와 만나도 환상의 호흡을 완성하는 설경구. /넷플릭스
어떤 배우와 만나도 환상의 호흡을 완성하는 설경구. /넷플릭스

-강인과 지훈의 케미스트리도 돋보였다. 박해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박해수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저 사람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실하고 소년 같고 해맑았다. 박해수라는 사람에게 반한 것 같다. 연기를 떠나 사람이 정말 좋아서 연기적으로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할지 고민을 하지도 않았다. 사람으로서 정말 좋았다. 그래서 편하게 한 팀처럼 잘 할 수 있었다.”

-대만 배우 야오이티, 일본 배우 이케우치 히로유키와도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야오이티는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라 호흡을 맞췄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영화로 보니 그 캐릭터가 죽이더라. 실제로 강한 인상이 아닌데 강렬하게 분장을 하면서 캐릭터에 욕심을 많이 냈던 것 같다. 이케우치는 신사다.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 들어오기 힘들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잘해줬다.” 

-‘불한당’부터 ‘퍼펙트맨’ ‘자산어보’ ‘킹메이커’ 이번 ‘야차’까지 최근 브로맨스 케미스트리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마다 좋은 호흡, 시너지를 완성하는 비결이 있다면. 
“나는 그냥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다. 비위를 맞추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고, 서로 편하게 개인 대 개인으로 편해지려고 하는 것 같다. 관계가 편해졌을 때 화면 안에 들어가서도 그런 모습이 다 비치고 시너지나 좋은 호흡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또 상대 배우들이 나를 잘 받아줬다. 내가 오히려 좋은 배우들을 만난 것 같다.” 

-첫 OTT 공개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나.  
“너무 없다. 그래서 좋더라. 피부에 와닿지 않으니까 편하기도 했다. 큰 스크린에서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다. 또 원래는 ‘관람’이라고 했는데, ‘시청’이라고 하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하기도 했다. 공개된 만큼 많은 분들이 시청해 주셨으면 좋겠다.”

-올해 상반기 ‘킹메이커’를 시작으로, ‘야차’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까지 연이어 작품을 선보이게 됐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지금은 변성현 감독의 ‘길복순’ 촬영을 마쳤다. 정말 재밌게 찍었다. 분량이 많지는 않은데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 모두 기대가 크다. 잘못 말하면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올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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