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나란히 내년 상반기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조선업계에서 잇달아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묘한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위기극복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인 만큼,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먼저 유상증가를 발표한 것은 삼성중공업. 지난 6일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데 이어 재차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크리스마스 직후인 지난 26일 1억2,8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결정과 발표는 늦었지만 실제 추진은 더 빠르다. 삼성중공업은 내년 5월초 완료 예정이라고 밝혔고, 현대중공업은 3월중에 마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모두 선제적 대응을 위한 유상증자라고 밝히고 있다. 최근 이어진 ‘수주절벽’으로 인해 내년 실적 및 유동성에 위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리 자금을 조달해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먼저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든 삼성중공업은 다소 찜찜한 입장이 됐다. 현대중공업 유상증자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 대한 투자수요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한 두 달의 차이는 있으나, 양측 사이에 경쟁구도가 형성되는 이유다. 그런데 삼성중공업보단 현대중공업이 여러모로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중공업 입장에선 자칫 현대중공업에 밀려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계열사 지원군을 고려하면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가 실패에 이르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이후 그룹해체를 선언하고 컨트롤타워를 없앴다. 무조건적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이미 현대로보틱스가 적극 참여를 결정한 상태다.

이들이 꺼내든 유상증자 카드는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내년 봄 조선업계에서 주목받을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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