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적극 반대하는 상황이다. 다양한 반대 의견을 내세우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민단체는 당초 정부가 제시한 데이터 제공량보다 두 배 많은 2GB 데이터를 요구했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보편요금제 도입이 난항을 맞고 있다. 통신3사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다양한 이유를 내세우며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통신3사의 영업이익은 지속 상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 협의회 6차 회의 ‘난항’… 통신사 “데이터 2GB, 2만원에 줄 수 없어”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의 6차 회의가 지난 12일 진행됐다. 이날 논의 주제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한 것으로, 해외 주요국 대비 국내 요금 수준 비교 및 요금제 현황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현재 보편요금제에 대한 합의점은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날 시민단체는 당초 정부가 제시한 보편요금제의 데이터 기준 1GB보다 더 많은 2GB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통신서비스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하자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보편요금제가 기본료 폐지에 상응하는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제시된 만큼 통신사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도 강조했다.

정부는 데이터를 ‘음성’ 서비스에 비유했다. 대부분의 요금제에서 음성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것과 같이 향후 5G 도입 이후 데이터 역시 음성과 같은 성격을 갖게 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 데이터 이용 부담을 완화해 나가기 위해 보편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통신사의 입장이다. 절대 반대를 고수하고 있으며, 협조에 임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신3사의 반대 이유는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오락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보편적 서비스가 아니라는 의견이다. 최근 데이터 소비가 동영상 시청, 게임, SNS 등 문화·오락적 측면에서 크게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통신3사는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 등을 내세우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선택약정이 25%로 상향될 때도 같은 이유로 반대했지만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 <뉴시스>

◇ 통신사 반대 이유 적극 소명에도 소비자 시큰둥… 이유는 ‘영업익’

아울러 통신3사의 반대 이유에는 ‘5G’도 포함돼 있다. 5G를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에 보편요금제가 도입된다면 영업이익이 줄어 투자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KT의 경우 오는 2019년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5G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투자여력 급감으로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요금 감면, 선택약정 요금할인 25% 등을 이미 시행했다는 점도 통신사가 보편요금제를 쉽게 찬성하지 않는 이유로 풀이된다.

이들의 적극적인 소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분위기다. 이유는 통신사의 영업이익이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업계가 지난해 4분기 통신3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에 대해 8,427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매출은 0.1% 감소한 13조4,883억원으로 예상된다. 매출이 감소하긴 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에도 통신3사는 연결기준 9,83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들 3사는 매분기마다 1조원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통신사는 정부가 통신비 인하안을 제시할 때마다 반대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매출 타격 등을 이유로 선택약정 상향안을 반대했지만 최근 증권업계의 전망에 따르면 통신3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통신3사는 지난해 9월 선택약정 25% 도입을 반대하고, 정부에 ‘경영에 악영향을 준다’는 견해를 담은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4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했어야 한다. 선택약정 25%가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결과는 달랐다. 심지어 영업이익은 2015년 4분기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이번 증권업계의 전망은 25%로 상향된 선택약정 제도가 통신3사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3사의 소명에도 소비자들이 비판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과도한 영업이익이 향후 통신비 인하를 통해 ‘정상화’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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