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폭락을 이어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새해 들어 2,500만원을 넘어섰던 국내 비트코인 시세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800만원대까지 폭락했다. 시세가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비트코인 외에도 대다수 암호화 가상화폐가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던 시세가 이제는 끝 모를 추락에 빠진 모습이다.

◇ 너무나도 다른 1월과 2월의 출발

매서운 상승세를 이어가던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달 6일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연말 1,800만원까지 떨어졌던 시세가 급등을 이어가더니 2,600만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그 이후엔 전혀 다른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불과 5일 만에 1,700만원대까지 떨어지더니 다시 엿새 뒤엔 1,100만원대까지 폭락했다. 이어 1,500~1,600만원대로 회복세를 잠시 보였으나 이내 하락세가 계속됐고 1,200~1,300만원대로 시세가 내려앉았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2월의 시작과 함께 또 한 번 대규모 폭락이 벌어졌다. 1,000만원대가 무너지더니, 2일엔 순식간에 8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보름 새 반 토막, 한 달 새 3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새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던 이더리움 시세도 다를 바 없다. 지난달 10일 23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시세가 2일엔 88만원까지 폭락했다. 역시 상승세가 상당했던 리플 시세도 올해 초 4,700원까지 올랐던 것이 800원 선마저 무너졌다.

충격적인 폭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시세가 연일 무너지면서 이른바 ‘패닉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매입기회로 여기는 이들도 상당수지만,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선뜻 매입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폭락세를 부른 핵심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폭등세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 가상화폐의 시세가 폭등하면서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강력한 규제의지 천명에 이어 신규계좌 발급 중단과 거래소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또한 이미 강력한 규제를 실시 중이던 중국 정부도 한층 더 강력한 조치를 내놓았다. 미국에서는 각종 부정적 전망이 쏟아졌고, 일본에선 대규모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암호화 가상화폐 주요 국가에서 강력한 규제와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 각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 등도 규제 움직임에 뒤따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처음엔 논란이 상당했던 암호화 가상화폐 관련 규제가 점차 전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아 가면서 거래는 위축되고 시세는 하락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엇갈린다.

국내의 대표적 반대론자인 유시민 작가나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워렌 버핏 등은 “나쁜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체가 없는 허상을 향한 지나친 투기광풍이 확산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여론도 여전히 상당하다.

반면,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는 취임 후 줄곧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암호화 가상화폐 규제 움직임 이후 하락한 것으로 뚜렷하게 드러났다.

우리 정부를 비롯한 각국의 규제 움직임이 결과적으로는 암호화 가상화폐의 안착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검은 돈의 유입이나 돈 세탁을 막고, 세금 및 각종 안전장치 마련 문제가 해결돼가는 과정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도박적, 투기적 성격이 있었던 만큼, 그러한 부작용을 걷어내고 장기적으로 건강한 투자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암호화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의 한 축이기도 한 블록체인 기술을 둘러싼 시각도 엇갈린다. 먼저, 블록체인과 암호화 가상화폐는 분리할 수 없는 요소이며,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서가기 위해선 이를 규제할 것이 아니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반면 블록체인의 장점과 암호화 가상화폐를 둘러싼 투기 광풍은 서로 전혀 무관한 사안이며, 따로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비등하다.

지난해 새해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비트코인 시세는 100만원대에 갓 진입한 상태였다. 그랬던 것이 불과 1년 만에 25배나 뛰었다가 다시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극심한 급등과 급락을 모두 겪은 것이다.

앞으로는 또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지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인 비트코인 등 암호화 가상화폐는 늘 새로운 국면을 맞아왔다. 과연 ‘나쁜 결말’을 맞고 ‘튤립 버블’처럼 역사 속 한 페이지로 남게 될지, ‘IT버블’처럼 세상을 바꾸는 과정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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