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는 올 시즌 득점과 도움 모두 1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1987년 6월 24일. 세계 축구사에 새로운 영웅이 탄생한 날이다. 그 이름은 바로 리오넬 메시. 그는 펠레나 마라도나에 버금가는 실력으로 21세기 최고의 축구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메시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을 드러냈다. 일찌감치 그의 재능을 알아본 바르셀로나는 2000년 우리 나이로 14살이던 메시를 스페인으로 데려왔다.

세계 최고의 유스시스템을 만난 메시의 재능은 날로 발전해갔다. 그리고 2004년 10월 16일 역사적인 메시의 데뷔전이 펼쳐졌다. 고작 17살 114일의 나이에 세계 최고의 축구 구단인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프리메라리가 무대에 선 것이다.

그로부터 어느덧 1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메시는 믿기 힘든 기록을 쌓아올리며 축구사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메시가 항상 성공만 거둔 것은 아니지만,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많은 것들을 이뤄냈다.

단, 세월은 메시도 비켜가지 않았다. 긴 머리와 앳된 얼굴로 그라운드 잔디를 밟았던 17살 소년은 이제 짧은 머리에 수염이 무성한 32살 베테랑이 됐다. 이제는 선수로 뛸 날이 뛴 날보다 더 적게 남은 것이 사실이다. 많은 선수들이 정상의 기량에서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하는 시기가 메시에게도 찾아왔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체력과 순발력이 서서히 떨어지기 마련이고, 메시가 자랑하는 화려한 발재간도 조금씩 무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 시즌 메시의 모습은 32살이 아닌 22살 같다. 리그 전경기에 출전하며 바르셀로나의 무패 선두행진을 이끌고 있는 메시는 20득점, 11도움, 31공격포인트로 모든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이다. 게임에서나 볼법한 기록을 메시는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다.

개인기록도 대단하지만, 바르셀로나를 이끄는 리더로서의 역할은 메시의 진가를 확인하게 한다.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을 앞두고 네이마르를 잃었다. 메시, 수아레즈와 함께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던 선수다. 네이마르의 이탈은 전력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상징적으로도 큰 타격이었다. 특히 네이마르 이탈 후 급하게 영입한 오스만 뎀벨레는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한 채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여러모로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바르셀로나엔 메시가 있었다. 메시는 네이마르가 떠나고, 수아레즈가 부상 및 부진에 빠졌던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맹활약을 펼쳐왔다. 상대 선수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드리블과 슈팅타이밍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골대 구석을 찌르는 프리킥은 물이 올랐다. 극적인 득점으로 팀을 패배에서 구하거나 승리를 챙기는 일도 적지 않았다.

최근엔 반가운 일도 이어졌다. 수아레즈가 완벽하게 부활했고, 겨울 이적시장에선 쿠티뉴가 합류했다. 이제 조금은 무거운 짐을 덜 수 있게 된 메시다.

메시의 이러한 행보는 영원한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도 비교된다. 호날두는 올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레알 마드리드의 성적 추락과 끊이지 않는 팀내 불화설로 이어졌다. 필연적으로 엇갈릴 수밖에 없는 두 선수의 운명이 또 한 번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 메시. 그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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