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한편 한국극작가협회는 이 전 감독을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지난 17일 입장을 냈다. 이와 함께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성명을 내는 등 각종 연극 단체에서도 이 전 감독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연극계 ‘대부’로 불렸던 연출가 이윤택 씨의 성폭력·성추행 파문이 문화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씨의 사과 기자회견에 대해 “피해자들에 대해 어떤 명확한 사과의 태도, 발언이 없었고 다 허공에다 대고 하는 얘기였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대표는 21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이게 사과하려고 나온 사람의 태도인지 저는 그 점에 대해서 굉장히 분개했다”며 “사과라는 것은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피해자에게 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에 뭘 잘못했는지를 얘기해야 하는데 ‘관습적으로 일어난 나쁜 형태의 일’ 이렇게 얘기했다. ‘관습’이라는 말 뒤에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습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결국 잘못하지 않았다, 자신이 성폭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정에 가서 한 번 따져보자는 식으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이분 스스로가 자신이 18년 동안 해왔던 일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추행이나 강간 등 현행법상에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소지들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봤다. 그는 “(이씨의) 사과 아닌 사과 때문에 피해자들이 더 이상 이대로는 참을 수 없다고 나서게 됐다.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들었다”며 “충분히 형사처벌 받을 수 있는 공소시효 내 범죄사실도 입증할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분이 18년 동안 극단을 운영하면서 자신이 일자리도 줬고 배역도 줬기 때문에 그런 정도의 범죄를 범죄라고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으로 여성들을 노예 취급한 것”이라며 “이게 뭐가 문제인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는 범죄사실에 대한 명확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똑같은 범죄행위들이 사회에 지속적으로 반복되지 않을 수 있게끔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숱한 피해자들이 이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가해자의 잘못이고 문제라고 하는 것으로부터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정의당 소속 한 당직자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공개하고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지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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