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경쟁은 사실상 끝났지만, 여전히 EPL은 흥미롭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전체 일정의 약 70%를 소화한 올 시즌 EPL은 사실상 우승경쟁이 끝난 상태다. 시즌 초반부터 압도적 질주를 달린 맨체스터 시티가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승점 16점차로 앞서있다. 11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역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

하지만 EPL은 여전히 치열하고 흥미롭다. 2위와 5위의 승점차가 겨우 4점뿐이고, 6위 아스널까지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위와 11위의 승점차가 5점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우승팀은 가려졌을지 몰라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챔피언스리그 진출팀이나 강등팀은 짙은 안개 속에 있다.

다가오는 일정도 EPL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어느덧 겨울보단 봄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각 팀들의 일정이 만만치 않다.

당분간의 일정이 가장 고달픈 것은 첼시다. 첼시는 이번 주말 맨유 원정길에 나선다. 과거의 영광을 함께 했던 무리뉴를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맨유 다음은 맨시티다. 역시 원정 경기다. ‘산 넘어 산’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일정이다. 만약 이 두 번의 맨체스터 원정에서 첼시가 2승을 챙긴다면 챔피언스리그 티켓은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뜻하지 않은 순위로 시즌을 마감할 수도 있다.

두 번의 맨체스터 원정 뒤에는 크리스탈 팰리스, 번리를 만난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현재 강등권과 승점 1점 차이로 15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첼시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올 시즌 시작과 함께 ‘무득점 7연패’ 수렁에 빠진 바 있다. 그야말로 최악의 출발이었다. 그런데 그 수렁에서 건져 준 것이 바로 첼시다. 올 시즌 첫 득점과 첫 승점, 첫 승리를 모두 첼시가 내줬다.

번리는 올 시즌 ‘돌풍의 팀’으로 현재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첼시의 개막전 상대이기도 했는데, 당시 첼시는 2-3 패배를 당했다. 맨유, 맨시티에 이어 만나는 크리스탈 팰리스, 번리도 그리 반가운 상대는 아닌 셈이다. 더욱이 크리스탈 팰리스와 번리 경기 사이엔 바르셀로나 원정까지 다녀와야 한다.

이러한 일정에 방점을 찍는 것은 그 다음 상대인 토트넘이다.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는 첼시가 승리를 거뒀으나, 토트넘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첼시의 운명은 이 5경기에서 갈릴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첼시의 ‘런던 라이벌’이자 EPL ‘빅6’ 중 가장 성적이 뒤처져있는 아스널은 큰 산을 두 번이나 올라야 한다. 맨시티와 리그컵 결승전을 치른 뒤 곧장 리그 맞대결까지 예정돼있다. 이후로는 비교적 수월한 일정이 이어지지만, 맨시티와의 두 경기에서 모두 패한다면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아르센 벵거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시점이다.

3위 리버풀과 5위 토트넘은 ‘승점 사냥’에 반드시 성공할 필요가 있다. 리버풀은 3월 말까지 웨스트햄, 뉴캐슬, 맨유, 왓포드,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한다. 맨유를 제외하면 모두 중위권 팀들이다. 이들에게 발목을 잡히지 않고 확실하게 승점 3점을 따내야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토트넘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탈 팰리스, 허더즈필드, 본머스, 뉴캐슬, 첼시를 차례로 마주한다. 연승행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2월 들어 토트넘, 뉴캐슬에게 패한 맨유는 이제 2위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일정은 비교적 수월한 편이지만, 중간에 첼시와 리버풀을 만난다. 약팀과 강팀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따내야 2위,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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