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의 여파로 문화계 성추문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진 좌로부터 이윤택 연출가, 오태석 연출가, 배우 조민기 모습.<뉴시스>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미투운동’의 여파로 문화계 성추문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이윤택 연출가는 성폭행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 14일 김소희 연출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윤택 연출가가 여관방에서 안마를 요구하며 자신을 성추행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윤택 연출가에게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했다는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의 폭로가 SNS를 통해 이어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파문이 커지자 이윤택 연출가는 19일 공식 기자 회견을 통해 “피해를 본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극단을 약 18년간 운영하며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형태의 일”이라며 “성관계 자체는 있었지만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강제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윤택 연출가의 연기 열정인 담긴 ‘연희단거리패’는 해체됐다. 또한 서울연극협회,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등 각종 협회에서 그는 자격을 박탈 당했다.

충격이 채 가시기 전, 바로 다음날 오태석 연출가가 성추행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여배우 출신으로 알려진 A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ㅇㅌㅅ’의 이니셜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A씨는 “대학로의 갈비집 상 위에서는 핑크빛 삼겹살이 불판 위에 춤을 추고, 상 아래에서는 나와 당신의 허벅지,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꼬집고, 주무르던 축축한 선생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죠”라며 “소리를 지를수도 뿌리칠 수도 없었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에 이어 B씨 또한 자신의 SNS에 “‘백마강 달밤에’라는 연극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극단의 뒷풀이에 참석했다”며 “그 연출가는 술잔을 들이키는 행위와 내 허벅지와 사타구니 부근을 주무르고 쓰다듬는 행위를 번갈아 했다”고 말했다. 해당글로 ‘ㅇㅌㅅ' 이니셜을 가진 인물이 오태석 연출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투운동’은 계속됐다. 이번엔 배우 조민기가 가세했다. 그가 조교수로 역임 중인 학교 여학생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

20일 조민기의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루머’라고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나와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극배우 송하늘은 해당 논란의 피해자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청주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이제 막 대학로에 데뷔한 신인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송하늘은 자신이 겪은 일을 자신의 SNS에 상세히 적어나갔다. 그는 “조민기 교수는 예술대학 캠퍼스 근처에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다. 일주일에 몇 번씩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렀다”라며 “워크샵이나 오디션 연기에 관한 일로 상의를 하자는 교수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었던 어린 학생들은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셨다”고 전했다.

이어 “한번은 친구와 저 단 둘이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시고는 여기서 자고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와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조민기 교수는 끝까지 만류했고 씻고 나오라며 갈아입을 옷을 꺼내주고 칫솔까지 새 것을 꺼내주었다”라며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조민기 교수는 저희 둘을 억지로 침대에 눕게 했고, 저항하려 했지만 힘이 너무 강해 누울 수 밖에 없었다. 침대 눕혀진 저의 배 위에 올라타서 ‘이거 비싼거야’라며 얼굴에 로션을 발랐다. 무력감이 들었다. 그 사람은 저와 제 친구 사이에 몸을 우겨넣고 누워 팔을 쓰다듬기도 하고, 돌아누워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옆구리에 손을 걸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폭로글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조민기의 소속사는 21일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조민기에 대한 성추행 관련 증언들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소속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확인을 넘어 더욱 명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 배우 조민기는 앞으로 진행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작은 신의 아이들’은 하차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OSEN에 따르면 조민기는 오는 28일자로 해당 대학교에서 면직 처분된다.

‘미투운동(Me Too)’은 SNS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피해 여성들은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미투’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용기를 얻어 올리고 있다. 피해 여성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문화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하지만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여서 파문은 또다른 곳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