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이 3년 연속 득점왕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해리 케인은 2014-15시즌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제 갓 스무 살에 접어들었을 무렵이다. 188cm의 큰 키에 동안은 아니었지만, 앳됨은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폭발력과 실력은 해리 케인의 나이와 경력을 잊게 만들었다.

임대로 경험을 쌓던 해리 케인은 2013-14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토트넘 1군에서 기회를 부여받기 시작했다. 특히 시즌 막판엔 연속 경기 골을 기록하는 등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4-15시즌은 잉글랜드는 물론 전 세계가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 때다. 시작부터 주전은 아니었다. 당시 토트넘 공격진엔 엠마누엘 아데바요르, 로베르토 솔다도 등 이름난 선수들이 버티고 있었다. 해리 케인에게는 교체 및 컵대회 선발 기회가 주어졌다. 그런데 기존 선수들은 부진에 빠진 반면 해리 케인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결국 해리 케인은 선발 라인업을 꿰차기 시작했다.

자신감을 얻은 해리 케인은 그의 별명인 ‘허리케인’처럼 거침이 없었다. 엄청난 득점행진을 이어가더니 모든 대회를 통틀어 31골을 기록했다. EPL에서 기록한 골만 21골이었다. 비록 26골의 세르히오 아구에로에게 밀려 득점왕 타이틀을 얻는데 실패했지만, 새로운 레전드의 탄생을 알리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해리 케인도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하진 못했다. 2014-15시즌에 비해 많은 기대를 한몸에 받고 시작한 2015-16시즌은 출발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제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 해리 케인은 시즌 막판 골행진을 이어가며 끝내 자신의 첫 득점왕 등극에 성공했다. 모든 대회를 합쳐 28골, 리그에서만 25골을 기록했다. EPL 모든 경기를 선발로 소화한 체력과 꾸준함도 인상적이었다.

해리 케인의 첫 득점왕 등극은 여러모로 의미가 컸다. 전 세계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몰려드는 EPL에서 모처럼 잉글랜드 자국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한 것이다. 1999-2000시즌 케빈 필립스 이후 16년 만이었다.

2016-17시즌도 출발은 그리 좋지 않았다. 시즌 초반 뜻밖의 부상이 그를 덮쳤고, 71경기에 이르렀던 EPL 연속 선발출전 기록도 제동이 걸렸다. 시즌 후반에도 재차 부상을 입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득점왕을 향한 해리 케인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두 경기에서 각각 4골과 3골을 기록하며 득점왕 경쟁자들을 뿌리쳤다. 리그에서만 29골, 모든 대회에서 35골을 기록했다.

2년 연속 EPL 득점왕. 1992년 EPL 출범 이후 연속으로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는 극히 드물었고, 그 이름 자체가 전설이었다. 1994-95, 1995-96, 1996-97시즌의 앨런 시어러, 1997-98, 1998-99시즌 마이클 오웬, 2003-04, 2004-05, 2005-06시즌 티에리 앙리, 2011-12, 2012-13시즌 로빈 반 페르시뿐이다. 특히 잉글랜드 선수가 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것은 앨런 시어러와 마이클 오웬 둘 뿐이었고, 그마저도 21세기엔 없었다.

해리 케인은 올 시즌도 압도적인 득점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23골로 1위에 올라있다. 이미 3년 연속 20득점 고지를 넘어섰고, 이제 3년 연속 득점왕을 향해가고 있다.

해리 케인이 달성한 3년 연속 20골은 지금껏 앨런 시어러, 티에리 앙리, 루드 반 니스텔루이만 성공했던 기록이다. 만약 3년 연속 득점왕 등극에 성공한다면, 앨런 시어러, 티에리 앙리에 이어 3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또한 사상 최초가 될 4년 연속 득점왕으로 가는 중요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분위기는 좋다. 관건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해리 케인 자신이다. 해리 케인은 최근 리그에서 리버풀, 아스널 등 강호를 상대하면서도 2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 중심으로 공격력을 집중시키고 있고, 손흥민,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 등 그를 도와줄 선수들이 많다. 또한 토트넘은 남은 11경기 중 첼시와 맨시티를 제외하면 크게 까다로운 상대가 없다. 지난 시즌에 그랬듯, 시즌 막판 득점 행진에 가속도를 올릴 수 있는 해리 케인이다.

또 다른 관건은 해리 케인을 매섭게 추격 중인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22골), 맨체스터 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21골)의 행보다. 두 선수 역시 엄청난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고, 몰아치기에도 능하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의 나이에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해리 케인. 그가 3년 연속 득점왕이라는 대업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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