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일반 관객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MeToo)운동을 지지하는 '연극뮤지컬관객 #WithYou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 운동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문재인 정부 지지층을 분열시키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정치권 내 공방이 일고 있다. 해당 발언을 한 방송인 김어준 씨는 “미투(자체)를 공작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지난 24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최근에 미투 운동하고 권력 혹은 위계에 의한 성범죄 이런 뉴스들이 엄청나게 많다”며 “이걸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어떻게 보이느냐. 첫째 섹스, 좋은 소재 주목도가 높다. 둘째 진보적 가치. 그러면 피해자들을 준비시켜서 진보매체를 통해서 등장시켜야 되겠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를 분열시킬 기회다. 이렇게 (그들의) 사고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지금 나와 있는 뉴스가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다. 예언한다. 누군가들이 나타날 것이고 그 타깃은 결국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 지지층(이 될 것이다). 흐름이 그리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이 방송되면서 SNS 상에서는 “모든 것을 무릅쓰고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한 피해자들을 폄훼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 매체에서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하는 일에 대해서는 되도록 말을 안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눈이 있고 귀가 있다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일을 모를 수가 없을 텐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금 의원은 “피해자들의 인권 문제에 무슨 여야나 진보 보수가 관련이 있느냐”며 “진보적 인사는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어도 방어하거나 드러나지 않게 감춰줘야 한다는 말인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깊이 깊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금 의원을 향한 민주당 내 비판도 일었다. 같은 당 손혜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금태섭 의원님, 이거 댓글단의 공작입니다”라며 “요즘 김어준씨 공격받는 댓글집단의 그림자가 확연하다. 전체 맥락과는 달리 딱 오해할만하게 잘라 편집,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김씨가 진행하는 교통방송라디오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그러니까 가끔 뉴스공장에 불러주지 그랬어”라며 금 의원을 비아냥대기도 했다.

금 의원은 이후 연속해서 올린 글을 통해 “김어준 씨의 저 발언을 들은, 아직까지 피해사실을 얘기하지 못한 피해자들 중에는 ‘내가 나서서 피해사실을 밝히면 어떤 사람들은 나로 인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 지지층이 타깃이 된다고 생각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래서 제가 김씨의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지금도 힘든 피해자들을 한 번 더 망설이게 만드는 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금 의원은 “‘미투는 옳지만, 이용당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혀 앞뒤가 안 맞는 말이고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발언”이라며 “여러 가지 견해가 있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고통당해 온 피해자들을 조금이라도 힘들게 하는 언사는 없어졌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김씨는 26일 교통방송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제가 우려한 바는 미투 운동이 이용당하는 것을 차단하고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청와대에 (각종 성폭력 문제에 대해) ‘문재인이 사과하라’는, 그런 게 바로 공작으로 미투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이게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말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금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금 의원이 할 수 있는 말을 한 거다. 싸움 붙이지 마시라”며 “진보진영 내의 젠더 갈등으로 프레임이 잡히면 미투 운동이 흔들리고 진보진영 내의 분열로 끝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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