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펩 과르디올라 감독(가운데).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펩 과르디올라. 이 시대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그가 마침내 잉글랜드에서 첫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스페인과 독일에 이어 잉글랜드까지 접수에 나선 과르디올라다.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인 과르디올라는 선수 생활 전성기를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선수로서는 물론이고, 감독으로서도 바르셀로나에 큰 족적을 남긴 요한 크루이프 감독 시절 황태자였다. 이는 과르디올라가 요한 크루이프의 축구, 또 바르셀로나 축구를 그 누구보다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2001년 바르셀로나를 떠난 과르디올라의 선수생활 말년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많은 러브콜을 뒤로하고 세리에A 브레시아에 입단했지만 약물 의혹에 휩싸여 4개월 출장정지 처분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약물 의혹은 오진에 의한 것이었으며, 무려 6년이 지나 은퇴를 한 뒤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탈리아에서 아쉬운 시간을 보낸 그는 카다르, 멕시코 등에서도 그라운드를 밟았으며, 2006년 은퇴했다.

비록 선수생활 마지막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는 감독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2007년 바르셀로나B 감독을 맡아 단번에 4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끌었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두 시즌 연속 레알 마드리드에게 리그 우승을 빼앗기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2007-08시즌엔 3위로 내려앉았고, 2위 비야레알과의 승점차가 10점에 달했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차이는 18점이었다.

위기에 놓인 바르셀로나의 선택은 과르디올라였다. 일천한 감독 경력만 제외하면, 과르디올라의 조건은 완벽했다. 카탈루냐 출신인데다, 바르셀로나의 축구 철학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바르셀로나라는 빅 클럽의 감독 지휘봉을 잡게 된 과르디올라는 과감한 개편에 나섰다. 호나우지뉴, 데쿠, 잠브로타, 지오바니 도스 산토스, 에드미우송 등 이름난 선수들이 줄줄이 떠났다. 그 빈자리는 자신의 철학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로 채워져 나갔다.

과르디올라에게 적응기는 필요 없었다. 첫 시즌부터 바르셀로나에게 리그 우승컵을 선물했다. 20경기 무패행진이 더해진 완벽한 우승이었다. 이 뿐 아니다. 과르디올라는 코파 델 레이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화룡점정은 유럽 챔피언스리그였다. 과르디올라는 베테랑 명장 알렉스 퍼거슨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챔피언스리그마저 정복해버렸다. 감독으로서 첫 시즌에, ‘트레블(3관왕)’이란 역사를 쓴 것이다.

이후 2011-12시즌까지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와 함께 무수히 많은 트로피를 수집했다. 아울러 바르셀로나는 ‘티키타카’라는 가장 뚜렷한 색깔을 지닌 팀이 됐다. 늘 완벽을 추구하던 과르디올라는 휴식이 필요하다며 최고의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하지만 축구광인 그의 휴식은 길지 않았다. 많은 명문구단이 그를 가만둘 리가 없었다. 과르디올라의 다음 도전지는 독일이었다. 그것도 독일 최강팀 바이에른 뮌헨의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에나 지금이나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최고의 팀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오기 직전엔 트레블이란 최고의 성과를 냈다. 과르디올라 감독 입장에선 잘해야 본전인 부담 가득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과르디올라 감독은 독일에서도 적응기가 필요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에 몸담은 3년 동안 단 한번도 리그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덕분에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 4연패라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과르디올라를 선택한 바이에른 뮌헨의 결정은 성공적이었다.

과르디올라의 다음 행선지는 ‘마침내’ 잉글랜드였다. 맨체스터 시티의 끈질긴 구애가 그를 프리미어리그로 향하게 했다.

이로써 그는 유럽 3대리그를 모두 경험하게 됐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프리메라리가나 분데스리가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이 있었다. 스페인과 독일에 비해 절대강자가 존재하지 않는 치열한 전쟁터였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연속 우승에 성공했던 팀은 맨유와 첼시뿐이다. 상위권 팀이 중하위권 팀에게 발목을 잡히는 일도 프리미어리그에선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일까. 과르디올라 감독도 잉글랜드에서는 적응기를 겪었다. 부임 첫 시즌인 2016-17시즌, 맨시티는 3위를 기록했다. 우승팀 첼시와의 승점 차는 15점이나 났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컵대회에서도 우승컵은 없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에겐 자존심 상하는 실패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과르디올라는 맨시티를 괴물 같은 팀으로 만들었다. 맨시티는 올 시즌 초반부터 압도적인 전력을 뽐냈고, 19연승과 무패행진 등 엄청난 기록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과르디올라는 마침내 맨시티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리그컵인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아스널을 3-0으로 제압했다. 과르디올라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맨시티는 현재 11경기를 남겨둔 프리미어리그에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1경기 덜 치른 상황에서도 2위 맨유와의 차이가 13점에 달한다.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선 비교적 수월한 바젤을 만났고, 8강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그의 역사는 이제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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