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벵거 감독은 20년 넘게 아스널을 이끌며 많은 영광을 이뤄왔다. 하지만 최근엔 불명예기록만 쌓이고 있는 모습이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33점. EPL 선두 맨체스터 시티와 6위 아스널의 승점 차다. 맨시티가 지난 주말에도 첼시를 꺾는 등 압도적인 독주를 이어가며 승점 78점을 쌓은 반면, 아스널은 승격팀 브라이튼에게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이제 남은 건 9경기. 다른 팀은 모두 배제하고 맨시티가 전패, 아스널이 전승을 거둬도 역전은 불가능하다. 아스널의 EPL 우승 실패가 확정된 셈이다.

아스널의 마지막 우승은 2003-04시즌이다. 그것도 26승 12무 ‘무패’로 우승했다. 하지만 ‘무패 우승’의 저주인 걸까. 그 이후 14년째 EPL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단순히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안타깝게도 아스널의 몰락을 보여주는 기록이 많다.

아스널은 1996-97시즌부터 20년 넘게 아르센 벵거 감독과 함께 해왔다. 이때부터 단 한 번도 4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고, 늘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아스널은 딱 20년 만에 4위에서 벗어났고, 올 시즌 유로파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올 시즌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6위에 처진 아스널은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에서 가장 불리한 상황이다. 가장 가까운 5위 첼시조차 승점 8점차가 난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제쳐야 할 4위 토트넘은 아스널보다 13점 앞서있다.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엔 남은 경기가 많지 않다. 반면, 올 시즌 돌풍의 주인공인 7위 번리는 5점차로 아스널을 추격 중이다.

만약 지금의 순위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면, 아스널은 EPL 출범 이후 처음으로 6위라는 성적표를 받게 된다. 다행히 역대 최악의 성적은 아니다. 1994-95시즌, 12위를 기록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EPL 출범 이후 3번째로 낮은 순위라는 점 또한 사실이다.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순위를 받을 위기다.

또한 아스널은 브라이튼에 패하며 시즌 10패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패배를 기록한 것인데, 이는 2011-12시즌(10패) 이후 6년 만이다. 아스널이 한 시즌을 치르며 두 자릿수 패배를 기록한 것은 4번뿐이었고, 이번이 5번째다. 남은 경기에서 2패가 더해지면 역대 3번째로 많은 패배를 기록하게 된다. 현재 기록 중인 4연패는 16년 만의 일이기도 하다.

패배만큼 실점도 많다. EPL 11경기 연속 실점 역시 16년 만의 기록이다. 29경기에서 41실점을 기록 중이며, 경기당 실점이 1.41에 달한다. 평균치로 계산해보면, 남은 9경기에서 12실점 이상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스널의 역대 최다 실점 기록은 49실점이다. 2011-12시즌과 1994-95시즌에 기록했다. 올 시즌, 이 기록을 넘어 새로운 불명예 역사를 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골득실도 마찬가지다. 현재 아스널의 골득실은 +11이다. 보통 +30~40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1995-96시즌 +17보다 낮은 골득실을 기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2년 만에 가장 낮은 골득실이자, 22년 만에 +20 미만의 골득실이 된다.

아스널은 오랜 세월 매력적인 축구를 선사하며 좋은 성적 또한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스널은 뚜렷한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잇달아 경신되는 불명예기록들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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