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가상화폐 가격이 12일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사진은 주요 가상화폐의 최근 가격동향을 보여주는 해외 가상화폐거래 플랫폼. < cashbet coin 홈페이지>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가상화폐 시세를 알리는 인터넷거래소의 알림창이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12일 오후 10시(미국시각) 6,938.08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한 시간 뒤 7,744.46달러로 수직상승했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과 리플, 그리고 유명도가 낮은 수많은 가상화폐들도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상승곡선을 그렸다

◇ “기술적 가치 인정받아” vs “‘숏 스퀴즈’에 불과”

가상화폐의 가격급등을 야기한 촉매가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근거로 추정해볼 수 있는 소식들은 몇 가지 있다.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 은행은 12일(현지시각)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국제결제시스템 ‘산탄데르 원 페이 FX’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용된 것은 유명 가상화폐 리플이 사용하는 블록체인 ‘xCurrent’다. 해당 시스템은 스페인과 영국·브라질·포르투갈에서 서비스된다.

가상화폐 업계로선 기술적 근간인 블록체인기술의 효용성과 활용도를 홍보할 좋은 기회다. 더구나 세계 주요국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나가는 상황에서 금융업계와의 교류는 가상화폐가 기존 금융시스템에 녹아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산탄데르 은행이 설립한 핀테크 기업 ‘이노벤처스’는 지난 2015년 리플의 첫 펀딩에 투자했던 경력이 있으며, CNBC는 리플이 산탄데르 외에도 다수의 은행 및 금융기관들과 파트너십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가상화폐 기술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가 아니라 단순한 투자심리가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가상화폐업체 ‘콘스텔레이션’의 최고경영자 브렌단 플레이포드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약 2주 전부터 숏 포지션(자산가격이 하락하면 이익을 보는 포지션)을 가져가는 투자자들이 꾸준히 늘어났다”고 밝혔다. 다수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과 달리 가격이 오르자 이들이 손실을 최소화하기위해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상승폭이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 모처럼 쏟아진 장밋빛 전망… '소로스 이슈'에 주의

가상화폐업계에선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화폐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제 2의 거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에 손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조지 소로스. <뉴시스/AP>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최근 웃을 일이 거의 없었다. 비트코인의 경우 5주 동안 약 4,500달러가 빠져나갔으며 이더리움 또한 두 달 전 980달러를 기록한 이후 하락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비트코인 가격이 한 시간 만에 1,000달러가 오른 어젯밤은 실로 오랜만의 ‘아름다운 밤’이었던 셈이다. 그 때문인지, 한동안 숨을 죽이고 있던 가상화폐 옹호론자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의 헤지펀드 판테라 캐피털은 이날 “비트코인의 ‘도그 데이즈’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본래 무덥고 습한 여름날을 의미하는 ‘도그 데이즈’는 주식시장에서는 거래가 부진한 침체기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즉 올해 1월부터 본격화된 비트코인의 하락세가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판테라 캐피탈의 공동설립자인 댄 모어헤드와 조이 크루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오는 2019년이면 비트코인이 2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놨다. 2만달러는 비트코인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던 작년 12월 중순에도 달성하지 못했던 고지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원인으로 숏 스퀴즈를 들었던 플레이포드 CEO도 긍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었다. “비트코인은 롱 포지션/숏 포지션 비율이 0.80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롱 포지션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이 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롱 포지션의 증가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데 배팅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한편 헤지펀드계의 거물이 가상화폐 시장에 입성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짜 거품’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그 주인공이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투자담당자 아담 피셔는 6일(현지시각)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내부 승인을 얻었다고 밝혔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가 현재 투자한 기업들 중에는 가상화폐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다.

소로스는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가상화폐를 혹평한 바 있다. 변동성이 너무 심해 실물화폐처럼 기능할 수 없으며, 독재자들이 검은 돈을 빼돌리는데 악용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블룸버그는 소로스가 그 와중에도 가격 폭락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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