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제약사들에게 의약품 대금과 관련 카드결제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갈등이 거세질 전망이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이하 제약협회)와 한국의약품유통협회(이하 유통협회)가 의약품 대금 카드결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지난 23일 이정희 제약협회 이사장이 유통협회가 제약사들에게 카드결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제약협회는 이에 대해 “카드결제를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또 오는 27일 열리는 유통협회와의 상견례에서도 카드결제를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의약품 카드결제 거부가 자칫 제약사들의 ‘갑질’로 비춰질 우려를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 “31개 제약사 동참 의사 밝혀”... 힘 받는 유통협회

유통협회는 최근 각 제약사에 도매업체들에 대한 카드결제 수금을 요청해왔다. 제약사들이 답변하지 않을 시 재차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협회는 약국 및 병원 등 요양기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카드결제로 의약품을 수금하는 만큼, 제약사도 이에 동참하는 게 합당하다고 강조한다. 도매업체들이 카드결제를 통해 악화된 수익성이 제약사들의 카드결제로 일정부분 보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약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신용카드 또는 직불카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우 1% 이하의 포인트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제약사가 카드결제를 할 시 결제 금액의 일정 부분을 포인트로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통협회는 지난 24일 기준 31개 제약사들이 동참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중 10개 제약사는 기존 유통 비용을 유지하면서 카드결제를 수용했다. 해당 제약사들은 동아에스티와 동국제약, 동성제약, 비씨월드제약, 삼천당제약, 신일제약, 씨엠지제약, 에이프로젠제약, 유영제약, 유유제약 등이다. 유통협회는 나머지 21개 제약사들과도 비용 변동 없이 카드결제가 이뤄지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우리비씨카드와 수수료, 마일리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MOU도 체결할 계획이다.

제약사들은 관행적으로 현금과 어음 등으로 도매업체에 결제를 해왔다. 유통협회가 처음 공문을 보낼 당시만 해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더욱 높았었다. 제약사들 역시 카드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보도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또한 의약품 거래량과 금액, 대금 결제 방식 등 도매업체마다 조건이 달라 일률적으로 카드 결제를 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 제약협회 “카드결제 반대? 각자 해결하라는 뜻”

의약품 카드결제 논란과 관련해 제약협회는 그간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그러다 지난 23일 이정희 이사장이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시간에 이를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이 이사장은 기자들이 카드결제와 관련해 질문이 없자 직접 이를 언급을 해 더욱 눈길을 모았다.

이 이사장은 이날 “유통협회도 제약사와 (산업의) 한축 담당하고 있어 대화로 풀어가고자 노력할 계획이지만 안되는 건 안된다”라며 “유통협회가 회원사에게 공문을 보낸 것은 무리다. 각 제약사는 현명하게 대처하리라 생각한다”고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이후 제약협회가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함으로써 카드결제에 대해 사실상 거부 입장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유통협회 측은 오는 27일 제약협회와의 상견례에서 이를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져 두 협회가 해당 문제를 두고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제약협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 이사장의 간담회 발언은 공문을 보내지 말고 개별 회원사들과 유통협회가 대화로 해결하라는 의미”라면서 “유통협회와 제약협회가 해결할 문제도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회가 회원사에게 카드결제를 하지 말라고 하지도 못하거니와 회원사들에게도 그런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 받은 사실도 없다”면서 “다만 최근 회원사들이 카드결제 요구와 관련해 고충을 겪고 있다는 것은 보도를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약협회는 오는 27일 유통협회와의 상견례에서도 카드결제와 관련해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선혜 유통협회 회장님이 지난 2월 취임한 것과 관련해 상견례 차원에서 만나는 것”이라며 “아직 어떤 안건도 의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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