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한반도에 전개됐던 B-52와 F-15K, F-16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이 돌연 태도를 바꿔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것은 B-52 폭격기의 전개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북측이 16일 고위급회담을 제안하고 약 15시간 후 연기통보를 보냈는데 그 사이 B-52 폭격기가 훈련목적으로 북한상공을 다녀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1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측이 회담을 제안한 뒤 새벽 0시 50시 사이 B-52 스텔스 전폭기 8대가 북한 상공을 돌고 나오지 않았나 (짐작된다)”며 “(맥스선더 훈련이 시작된) 11일부터 15일까지 아무 말 없었다고 하지만, 15일 이후에 그런 사건이 벌어지면 회담을 못하겠다고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맥스선더 훈련의 원래 계획에는 B-52 폭격기의 전개가 예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B-52는 2013년과 2016년 훈련목적으로 한반도에 전개됐던 과거가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당초 훈련계획보다 축소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훈련 전 내용과 규모에 대해 충돌지점은 없는지 살폈어야 했는데 국방부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측의 고위급회담 취소 통보 직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긴급 회동을 가졌는데,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게 정 전 장관의 주장이다. B-52는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현존하는 폭격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스텔스 기능도 갖추고 있어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무기체계로 알려진다.

조선중앙통신도 무기한 연기 관련 보도를 하면서 ‘B-52’를 언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새벽 “남조선강점 미제침략군과 남조선공군의 주관 하에 미군의 B-52 전략핵폭격기와 F-22랩터 스텔스전투기를 포함한 100여대의 각종 전투기들이 동원돼 25일까지 진행된다”며 “남조선전역에서 우리를 겨냥하여 벌어지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조선반도정세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도발”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국방부와 미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처음부터 B-52 폭격기는 이번 맥스썬더 훈련에 참예할 계획이 없었다. 크리스토퍼 로건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이날 “맥스썬더 훈련의 성격과 범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고 있지 않다”면서도 “B-52는 참가할 계획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이 전했다.

전날 문정인 특보와 오찬회동을 가졌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맥스선더 훈련은 전투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훈련이기 때문에 B-52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국방부는 밝히고 있다. 다만 브룩스 사령관과의 긴급회동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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