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5월14일 국회에서 저서 출판기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를 돌연 통보하는 등 변덕을 보이고 있지만 여당 일부 의원들은 정작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태 전 공사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비판 발언을 '대북 적대 행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경협 의원은 지난 17일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태 전 공사가 자유한국당 소속 심재철 국회부의장 초청으로 국회에서 강연하면서 북한에 대해 적대적 행위를 내질렀다"며 "북한이 이를 빌미로 회담 연기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열을 따질 수 없을 정도로 한참 밖에 있던 사람이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를 쇼라고 하고, 북한 지도부를 자극하는 용어를 쓰면서 최고지도자의 의중과 전략을 다 꿰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면서 "태영호가 김정은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느냐"고 비난했다.

같은 당 이석현 의원도 "평화가 모든 국민의 바람이고, 살얼음 걷듯이 신중하게 해야 한다.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 시국에서 (태 전 공사를) 국회에 불러서 이런 걸 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태 전 공사는 지난 14일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을 겨냥해 "쇼맨십을 잘한다"고 비판했으며,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 가능성도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자 북한은 지난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 놓고 있다"며 태 전 공사를 맹비난했다.

북한이 태 전 공사를 비난하자 여당도 덩달아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선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북한 눈치에 정작 자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야당은 민주당 의원들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윤영석 한국당 의원은 "태 전 공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김정은 체제와 남북정상회담을 비판하고 저술 활동을 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되는 헌법상의 자유"라며 "국민에게 재갈을 물리려고 하느냐. 반헌법적인 발언을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영 의원도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정권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며 김 의원의 주장에 반박했다.

태 전 공사는 우리 사회의 최고 북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97년 탈북한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이후로 사실상 김 위원장과 권력 핵심층에 대해 면밀히 잘 알고 있는 최고 고위관계자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8월 한국으로 망명하기 전까지 북한의 엘리트 출신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버지는 항일 빨치산 1세대 태병렬 인민군 대장이고, 형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면서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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