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남북정상회담 중 도보다리 밀담을 나누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를 돌연 통보하고 우리 정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가자 국내에서는 남남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18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이름을 검색하면 136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이중 130개의 게시물이 북한이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태 전 공사를 '인간쓰레기'라고 악담을 퍼부었던 지난 16일 이후에 올라왔다.

청원글을 살펴보면 태 전 공사의 추방과 강제북송을 촉구하는 비난글, 역으로 태 전 공사의 신변보호를 요청하거나 강제북송을 촉구하는 이들을 비난하는 반박글이 대부분이다. 탈북자를 받지 말자거나 조명균 통일부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태영호의 탈북 사유와 범죄이력을 검증해야 한다"며 "한반도를 전쟁의 사지로 몰아넣으려는 저의가 의심된다"고 태 전 공사를 비난했다. 반면 태 전 공사를 지지하는 또다른 청원인은 "자유가 없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 살다가 온 사람을 다시 되돌려보내려 하는 사람은 악마"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이라면 태영호 전 공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에서도 남남갈등 조짐이 드러났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태 전 공사가 자유한국당 소속 심재철 국회부의장 초청으로 국회에서 강연하면서 북한에 대해 적대적 행위를 내질렀다"고 비판했고, 같은 당 이석현 의원도 "평화가 모든 국민의 바람이고, 살얼음 걷듯이 신중하고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야 하는 시국에서 (태 전 공사를) 국회에 불러서 이런 걸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윤영석 한국당 의원은 "태 전 공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김정은 체제와 남북정상회담을 비판하고 저술 활동을 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되는 헌법상의 자유"라며 "국민에게 재갈을 물리려고 하느냐. 반헌법적인 발언을 취소하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북한의 공세가 계속되고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질 양상을 보이면서 남남갈등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판문점 선언에서 평화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게 만들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납득하기 어려운 핑계를 대며 으름장을 놓는 북한의 모습에 평화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라며 "당장에 남남갈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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