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전매체들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연일 비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 매체들에서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대표를 비난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맥스선더 훈련과 리비아식 해법의 불만에 따른 ‘남조선 당국’과 ‘볼튼 보좌관’이 비판 대상이었지만, 이번 주 들어 북한 매체들의 논조가 확 바뀌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앞서 20일 ‘홍준표의 추악한 자화상 - 오명대사전’이라는 장문의 논평을 통해 홍준표 대표의 행보를 맹비난했다. 특히 홍 대표의 과거이력을 중심으로 ▲홍고집, 홍카멜레온 ▲홍돈표 ▲버럭준표 ▲홍키호테, 홍히에나 ▲홍분표 ▲홍럼베 ▲홍갱이로 명명하는 등 조롱하는 어조가 가득했다.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도 논평을 통해 “유독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패거리들만은 ‘핵실험장폐기쇼’니 뭐니 하고 악담질을 해대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을 부정하고 북남관계개선을 가로막아보려는 추악한 망동”이라고 매도했다.

북한 매체의 이 같은 논조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활동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태영호 전 공사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강연을 진행했는데, 이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등이 주관한 행사였다. 또한 판문점선언이나 탈북 여종업원 현안에 대한 홍준표 대표의 발언이 북측을 자극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남북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를 발표하면서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마당에 내세워 우리 최고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선언을 비방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놓고 있다”며 “북남관계에 난관과 장애가 조성된 것은 전적으로 제정신이 없이 놀아대는 남조선당국에 그 책임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우리 측을 비판하는 논조를 유지하면서도,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라는 내심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과 미국 측의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하는 것은 피했다는 점에서다. 앞서도 북측은 남조선 당국의 ‘관리책임’이나 ‘존 볼턴 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해법’을 비판 대상으로 한정했었다.

일각에서는 북측 내부 단속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실 북한 입장에서 핵개발 포기와 개방은 상당한 모험임은 분명하다. 내부적 불안감도 크고, 기득권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판문점선언에 대한 비토 목소리가 우리 측에서 나오면서 북측의 불안감은 더 컸을 수 있다. 따라서 홍 대표나 한국당 등에서 나오는 비토 여론은 남측에서도 소수이며 공적이 되고 있다는 점을 북측 내부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동신문>이나 <조선의 아침>에서도 이를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남조선 각계층은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의 대결광란에 분노를 금치 못하며 갖가지 오명들을 통해 신랄히 야유조소하고 있다”고 했고, <조선의 아침>도 “남조선의 각계층은 자유한국당이야말로 전쟁당, 동족대결당이라고 규탄하며 그 해체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직접적인 비난의 대상이 된 홍 대표는 자신의 주장이 옳았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였다.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정치사에서 북이 이렇게 한국의 특정 정치인을 계속 비난한 적이 없다”면서 “북이 문재인 정권을 꼬드겨 하고 있는 남북회담의 본질을 내가 정확히 보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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