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0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실상 부결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만 표결에 참여해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불성립됐기 때문이다. 대통령 개헌안이 폐기 수순을 밟게 되면서 개헌은 다시 국회의 숙제로 남았다. 하지만 국회 내 개헌 논의기구인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의 남은 활동기간이 약 한 달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개헌특위를 만들고 개헌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지난해 1월부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대 대선에 출마한 모든 정당의 후보들은 대선공약으로 ‘분권형 대통령제’ 등 개헌을 약속했다. 이후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개헌특위와 정개특위를 헌정특위로 합쳐 논의를 이어갔지만, 헌정특위 활동시한인 1년6개월을 꽉 채워가고 있는 지금도 권력구조 방향 등 굵직한 부분에 대한 여야 합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요구했던 야당은 여전히 “개헌은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개헌안 표결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한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 대통령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좀 더 통 큰 자세와 인내심을 갖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격려해달라”며 “국회 헌정특위 활동이 한 달 남아있다. (그동안의) 논의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게 서로 만나서 협상하면 일주일이면 개헌안을 (국회가) 독자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0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되어 이낙연 국무총리가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이날 개헌안 표결은 야당이 본회의에 불참을 선언해 투표 불성립이 선언됐다. <뉴시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회 헌정특위 내에서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찬성, 총리 책임성 강화 등 의미 있는 진전이 대통령 개헌안이 제출되면서 가능해졌다”며 “헌정특위 논의를 이어받아 개헌을 완수해야 한다. 그 과제를 선도적으로 이뤄내기 위해 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오는 29일 임기가 만료되는 정세균 국회의장도 아쉬움을 표했다. 정 의장은 개헌안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고 “20대 국회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헌정특위를 구성하고 지난 1년 반 가까이 개헌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저를 비롯한 여야 모두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6월 안에 여야가 최대한 지혜를 모아 국회 단일(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길 바란다. 더 이상 미룰 명분도, 시간도 없다”고 촉구했다.

다만 헌정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경 한국당 의원은 “대통령안의 ‘원맨쇼’로 개헌 무대의 조명등이 꺼져가는 느낌”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개헌투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30년 만에 맞은 개헌의 기회가 무산될 것 같다. 만악의 근원이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걷어내고, 선진적 국가 시스템으로 미래를 담보할 기회가 당분간 오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제 청와대와 여당은 개헌 논의는 끝났다고 할 것이다. 대통령안을 무시한 야당과 국회가 개헌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느냐고 선전전을 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들 딸들이 향후 30년 동안 또 다시 대통령 본인이, 가족들이, 측근들이 비리에 연루되고 감옥에 가는 광경을 보아야 할 것 같아서, 이들에게는 좀 더 나은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