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시사위크>에서 보도된 학습지 업체의 '유령회원' 논란 보도에 달린 댓글 일부.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이게 전부가 아닌데...” “과연 여기만 이럴까.” 학습지 업체의 ‘갑질’ 관련 기사에 늘 달리는 댓글들이다. <시사위크>는 최근 두 개 학습지 업체에서 제기된 개별적 문제들을 각각 보도했다. 이후 해당 기사 댓글과 기자의 메일로 “우리 회사도 터뜨려 달라”는 교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교사들은 ‘우리 회사’라고 말하지만, 학습지 업체에게 개인사업자 신분인 교사들은 ‘우리 직원’이 아니다. 이같은 시스템 속에서 현장에서 뛰는 교사들의 목소리는 ‘내부 고발’이 될 수 없었다. 실제로 많은 학습지 업체들은 교사들의 처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관리자의 일탈’ 정도로 치부한다. 교사들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회사가 추구하는 높은 도덕성에 반하는 일탈을 했다는 주장이다. ‘조직의 방침’을 거스르고 일탈을 벌일 수 있는 개인들은 얼마나 될까.

학습지 업체들은 자신들에게 최적의 시스템을 오랜 기간 유지하고 정착시켜왔다. 업체들과 교사들의 ‘위탁 계약’은 어느 순간 불변의 진리 같은 근로 형태가 돼버렸다. 대기업의 ‘위장 도급’ 문제가 한창일 당시에도 학습지 업계는 조용했다. 개인사업자인 교사들은 회사의 규율에 따라 일을 하면서도 계약상 누구에게도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문제는 이 같은 시스템이 고착화되면서 학습지 업체들도 문제의식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업체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안 그런 곳 없다”는 말을 연거푸 강조했다. 기자는 ‘그곳만 그렇다’고 말한 적도 없는 데 말이다. 물론 이처럼 생각하는 업체가 이 곳 뿐이겠느냐마는...

학습지 업체들의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심리는 문제의 심각을 인지하는 데에도, 개선하는 데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언론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업계 전체의’, ‘언제나 개선되지 않는’ 문제들은 개별 업체의 문제로만 치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간혹 언론사들은 ‘한 학습지 업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해당 업체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동안 답답한 것은 교사들의 몫이다. “100명 중 99명이 하지 말라면, 안 하는 게 맞겠죠”라며 머뭇거리는 준비생에게 차마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 못했던 절망감 또한 언제나 교사들의 몫이다. 교사들이 학습지 업계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업체들도 교사들을 ‘우리’라는 범주에서 바라본다면, 조금이나마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을까.

한 교사가 기자에게 보낸 메일에는 학습지 업계의 적폐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 교사는 실적을 맞추느라 공부도 하지 않는 자신의 두 자녀에게 각각 5과목씩 10과목의 회비를 1년 넘게 매달 내고 있다.

그는 “기사화가 되면 서둘러 전산을 바꾸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렁뚱땅 넘기는 태도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경기가 이렇게 어렵고, 출산율도 매년 저하되는데 학습지 업체는 늘 이익이다. 그 돈은 결국 교사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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