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우원조
▲17대 국회의원 정책비서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19대 전반기 국회부의장 연설비서관 ▲부산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2018년 6월 13일, 대한민국 보수정당이 파산했다.

보수정당 패배의 실질적 원인은 국회, 구체적으로 지목하면 거대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무능이다. 이념도, 비전도, 정책도 없는 정당, 있다면 분열뿐인 정당에 국민들은 신뢰를 버렸다. 그 분열이, 이념의 분열이라면 그런 대로 참아줄 만하다. 그러나 그 분열은 이익에 따른 계파 간 분열이었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소이(小利)였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놀라우리만큼 균형의 투표를 했었다. 한쪽이 기우는 것 같으면 다른 쪽에 힘을 실어 주는 투표를 하면서 영원한 독주를 본능적으로 막아오는 선거를 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완전히 달랐다. 여당의 독주를 막고 싶어 하는 이들도 도저히 보수야당에 표를 줄 수가 없었다. 왜?....

이제, 보수야당은 더 이상 과거 구태의연한 자세로 국민을 대해서는 답이 없다. 세상도 변했고, 국민도 변했고, 정치도 변했다. 상대정당은 진보 발전했는데, 여전히 과거 박정희·전두환식 ‘영원한 여당’이라는 사고로 국민을 대한다면 ‘폭망’을 넘어 소멸에까지 이를 지 모른다.

그러니, 변하자. 지금 이 나라는 ‘진정한 뿌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보수’가 필요하다. 그 변화의 시작은 사람에서부터다. 진정한 보수를 이끌어갈, 변화의 시대에 맞는 사람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젊은 정치 지도자를 길러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우리며,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풀뿌리 정치인을 젊을 때부터 길러내야 한다.

정치․사회적 환경이 다르지만 영국의 청년 정치인 양성 사례는 적극 벤치마킹할 만하다. 영국의 캐머런은 39세에 야당 당수가 되어 4년 6개월간 당을 이끌었다. 국민의 눈에 노인 정당으로 비쳤던 보수당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젊은 패기와 열정을 살리는 정치를 한 끝에 국민의 지지를 되찾았다.

한국에도 사람을 중요하게 여겼던 정치인이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 그는 ‘사람을 잘 쓰는’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3당 합당 이후로, 그가 발탁한 인물들이 한국의 보수를 책임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삼의 천거로 정치를 시작한 인물로 한나라당계에는 이회창, 이인제, 이명박, 손학규, 이재오, 이병석, 홍준표, 안상수, 정의화, 이완구 등이 있다. 심지어 노무현대통령까지도 김영삼 대통령의 발탁에 의해 정계에 입문했으니, 가히 현정치인들에겐 큰 나무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삼국지에 ‘악발토포(握髮吐哺)’라는 말이 있다. 주나라의 주공이 현자를 귀하게 여겼던 고사에서 유래된 것으로, 좋은 인재를 얻기 위해 애씀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 보수정치권에, ‘나’만을 위한 정치가 아닌, 좋은 인재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악발토포’의 마음을 가진 큰 나무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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