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1992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난민 보호국이다. 하지만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제주 예멘 난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사람들은 “한국에도 난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만큼 난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한국에 온 난민들은 ‘잠재적 범죄자’ ‘불법 체류자’라는 꼬리표부터 달게 됐다. 내전과 정치적 박해로 나라를 떠나는 난민들은 해마다 수백만 명. 더 이상 난민은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다. 난민 보호국의 실상과 난민에 대한 오해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법무부는 지난 6월 29일 제주도 예멘인 난민신청 관련 조치 상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브리핑했다. 사진은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이날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에서 제주도 예멘인 난민신청 관련 브리핑 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제주 예멘 난민 사태로 난민 문제가 공론화 되면서 ‘난민’을 둘러싼 ‘가짜뉴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난민 문제가 아직 낯선 한국에서 ‘난민=이슬람’이라는 공식이 생겼고, 무슬림에 대한 오해가 난민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이 허위사실에 기반을 둔 가짜뉴스지만, 여론을 타고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시사위크>는 넘쳐나는 가짜뉴스를 크게 네 갈래로 분류하고 법무부와 전문가로부터 팩트 체크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SNS 등에 퍼져있는 내용들 중 상당수가 ‘거짓’이라고 진단했다.

◇ 난민은 잠재적 범죄자다?

난민 지위를 인정하는 정부 부처는 법무부다. 6일 법무부에 따르면,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한 1994년 4월부터 지난 5월까지 누적 난민신청자 4만470명 가운데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인원은 839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범죄자로 분류된 난민은 없다. 이는 법무부가 ‘난민’만 별도로 분류해 범죄자 숫자를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짜뉴스 내용 중 ‘난민 범죄율’이라고 하는 내용 역시 모두 거짓이다.

유엔난민기구 역시 ‘난민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가짜뉴스에 대해 “온라인 상에 많이 퍼진 무슬림 난민 범죄 관련 기사나 사진은 모두 가짜로 판명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 측 관계자는 6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난민법과 유엔난민기구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난민 신청 과정에서 범죄 전과기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난민 신청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한국인도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잠재적 범죄자로 볼 수 있다”라며 일방적인 편견이라고 일축했다.

◇ 취업 위해 한국 온 가짜 난민이 있다?

유엔난민협약과 현행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고 공포로 인해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한 모든 사람이 난민에 해당하지는 않을 수 있다. 어떠한 행정절차든 남용의 위험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최근 제주도에 있는 일부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취업한 사실을 언급하며 ‘경제적 사정 때문에 한국에 온 가짜 난민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난민 심사를 마치기 전 일부 신청자에게 ‘취업을 허가한’ 사실에 대해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출입국관리법 22조에 따라 난민 신청자에게도 취업을 허가했다”라며 위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이른바 ‘브로커’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난민 신청자에 대해서도 가짜난민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를 두고 법무부는 “난민 브로커들이 많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 제3자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절대 난민이 아니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난민 신청 차원에서 한국에 입국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그 방법을 몰라 브로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난민과 관련한 가짜뉴스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사진은 난민 관련 가짜뉴스와 이에 대한 법무부 및 전문가 집단의 입장. <그래픽=시사위크>

 

◇ 무슬림은 법보다 종교 규칙을 우선시 한다?

최근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에 대한 가짜뉴스도 등장했다. 이 가운데 논란이 되는 항목은 ‘법보다 종교 규칙을 우선시 하는 무슬림’이다.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6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세계 최대 인구가 믿고 있는 한 종교와 문화를 이렇게 이야기하는 자체가 모순”이라며 “한국에 들어와 있는 어떤 무슬림들도 한국법을 우선하고 있다. 57개 이슬람 국가에서도 50개 국가 이상이 이슬람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법보다 종교 규칙을 우선시 한다는 내용이 가짜뉴스라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이어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에서도 이슬람법에서 금지한) 술을 다 만들어 산업으로 팔고 있지 않냐. 일부 가족법이나 관습법에서 (이슬람교 규칙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인 이원삼 선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무슬림이 한국에 들어왔으면 설령 이슬람법과 충돌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나라 법을 따르는 게 상식”이라며 “(무슬림 난민들을) 지나치게 안 받아들이려고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 예멘 난민 신청자 받으면 말레이시아에 있던 난민 신청자 15만명 한국에 몰려온다?

현행 난민법에 따르면, 법무부는 자신이 난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입국을 거부할 수 없다. 일단 법무부에서 난민 신청을 받고 관련 법령에 따라 심사한 뒤 최종 난민 지위 인정 여부에 대해 결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엔난민협약 가입국이 아닌 말레이시아에 체류 중인 난민 신청자들이 난민협약 가입국인 한국으로, 또 90일까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로 입국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무사증 제도를 통해 제주도로 입국할 수 없는 국가도 있는 만큼 말레이시아에 체류 중인 난민 신청자들 전체가 한국으로 몰려들 가능성은 낮다. 현행 제주도 무비자 입국 금지 국가는 이란, 수단, 시리아, 마케도니아, 쿠바, 코소보,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가나, 나이지리아, 예멘 등 12개국이다.

이와 함께 난민 직계가족 초대 제도를 이용해 제3국에 있는 난민 신청자까지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난민인권센터는 “가족결합 원칙이 있긴 하지만 이는 적극적으로 가족을 불러들일 권리는 아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이 자신의 배우자와 만19세 미만 자녀를 제3국에서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방법까지 찾아야 한다”며 “이들이 한국에 와서 심사를 받고 난민 인정자의 배우자나 만19세 미만 자녀임이 증명돼야 난민의 지위가 부여된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 역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고 해서 (난민과 동일한) 국적 사람을 한국으로 불러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 측은 “난민은 일단 해당국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아 불가피하게 해당국을 떠나야하고 85% 이상 난민 신청자들은 (본국과) 인접한 나라에 체류한다. 이는 자국의 위협이 해소되면 최대한 빨리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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