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을 미국의 적이라고 불러 파문이 일고 있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뽑혀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후부터는 관계가 악화되는 중이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을 미국의 적으로 선언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스코틀랜드에서 가진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이 우리와의 무역에서 한 일들에 비춰보면, 나는 그들이 (미국의) 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러시아와 중국 또한 미국의 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그 범위는 각각 ‘몇몇 부분들에서’와 ‘경제적인 부분에서’로 규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이것은 경쟁이며,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서로 더 잘 하려는 것뿐이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을 적대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곧장 유럽사회에 커다란 후폭풍을 일으켰다. 특히 러시아나 중국보다 유럽연합의 이름이 먼저 거론된 점이 문제가 됐다. 파문이 확산되자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 상임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유럽연합은 가장 친한 친구며, 우리가 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누구든지 가짜뉴스다”는 입장을 표명해 진화에 나섰다. 한편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을 가장 먼저 적으로 지목한 이유에 대해 “순서를 고려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 사이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면 투스크 의장의 발언,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은 상당히 힘을 잃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에게 분담금을 늘릴 것을 요구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독일‧러시아의 송유관 합작사업을 문제 삼아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취임 후 첫 방문한 영국에서는 테레사 메이 총리에게 유럽연합과의 완전한 결별을 촉구하고 나서 현지 언론들로부터 내정간섭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영국을 떠나 핀란드 헬싱키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중 자신이 ‘몇몇 부분들에서 미국의 적’이라고 부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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