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좌) 국토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 시장이 '여의도.용산 통개발 계획'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발언을 두고 서울시와 국토부 사이에 갈등의 골이 패이고 있다.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일대 도시계획 발언을 두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비춘 것. 하지만 이후에도 박 시장은 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당분간 양 수장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 “현실성 없다”… 박원순 저격 비판한 김현미의 속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도시개발을 책임지는 양 기관의 수장 사이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박원순 서울 시장의 최근 발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작심한 듯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보고 자리에서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에 대해 “(국토부 협의 없이는)현실성이 없다”며 신중을 가해야 할 것임을 피력했다.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은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차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나왔다. 지난 10일 동행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박 시장은 여의도·용산 개발 청사진을 공개했다. 그 내용은 여의도를 업무와 주거 기능이 조화된 신도시급으로 개발하고, 용산에는 광화문에 버금가는 대형 광장을 조성함과 동시에 서울역∼용산역 철도를 지하화고 상부에는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날 김 장관은 박 시장의 발언 내용에 대해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도시계획이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가 이뤄져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서울역∼용산역 철로 지하화 구상과 관련해 “철도시설은 국가 소유라 중앙정부와 협의해 함께하지 않으면 현실성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발언 내용은 유관기관의 수장을 향한 것 치고는 꽤나 수위가 높은 편이다. 발언의 파급력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김 장관이 이처럼 단호하게 선을 긋고 나선 진짜 배경은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과 김 장관의 추가 발언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셋째주 여의도가 속해 있는 영등포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0.24%(16일 기준) 상승했다.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매매변동률이다. 여의도와 함께 개발 마스터플랜에 포함된 용산은 0.20%가 올라 3위를 차지했다. 김 장관 역시 “여의도와 용산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비판에도 아랑곳… 박원순 “여의도, 맨해튼 만들겠다”

즉, 중앙 정부가 공들여 잡아 놓은 서울 집값을 말 한마디로 뒤흔들고 있는 지자체장에게 국무회의 참석자를 대표해 공개적으로 불편하다는 기색을 비춘 것이다.

일반적인 도시계획은 서울시장 직권으로 추진이 가능하다는 걸 김 장관이 모를 리 없다는 사실은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장관의 발언과는 달리 여의도 개발에 국토부가 개입할 여지는 많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서울시에 따르면 국가 소유인 서울역~용산역 개발에 관해서도 국토부와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용산 통개발 계획에서 촉발된 국토부와 서울시의 긴장관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 장관의 경고성 발언이 나온 이후 오히려 박 시장은 여의도 개발에 더욱 확고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의 팟캐스트 ‘서당캐’에 출연한 박 시장은 “여의도는 박정희 시대 때 한강 밤섬을 폭파해 나온 흙과 돌로 개발했고, 그때 만들어진 아파트가 노후화돼 새로운 개발이 필요하다”며 “여의도는 서울의 맨해튼처럼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장관의 발언을 의식한 듯 “지역별·주제별로 잘 정리하자는 얘기를 했는데 갑자기 땅값이 오르고 난리가 났다”며 “전체적인 플랜과 미래 비전을 짜 조화롭게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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