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20대 후반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첫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날 보편요금제가 언급됐지만 자유한국당 소속 위원 대부분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도입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보편요금제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다. 국회 문턱을 넘어야 도입이 가능하지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대부분이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들 의원들은 기업의 피해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결국 이 문제는 건전한 활성화 방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 과방위원 바뀌고 첫 회의 열렸지만… 보편요금제 ‘그대로’

20대 후반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시작됐다. 과방위는 지난 16일 원구성을 완료했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10명 △자유한국당 9명 △바른미래당 2명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1명 △민중당 1명 등 총 24명으로 구성됐다.

25일에는 원구성 후 첫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보편요금제가 언급됐다. 보편요금제 도입 문제는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로 꼽히는 동시에 과방위의 대표 현안이기도 하다. 시장 1위 사업자(SK텔레콤)에 1GB 데이터 및 음성 200분 등이 담긴 월 2만원대 요금제를 강제하는 법안이다.

앞서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5월 보편요금제 도입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6월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그러나 과방위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첫 회의에서부터 보편요금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제기됐다. 후반기 과방위 원구성이 완료될 당시 기존 의원들이 대거 교체됐다는 점에서 보편요금제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지만 후반기 과방위에서도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보편요금제 도입 가능성 희박… 기업 손실 크다는 이유

도입은 더욱 희박해졌다. 과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 대부분이 반대를 표명해서다. 심지어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ISD’까지 언급했다. ISD란 해외 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로, 투자를 진행한 현지의 법이나 정책으로 해외 투자자가 손해를 입을 경우 현지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를 요청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이날 윤상직 의원은 “보편요금제 법제화 이후 통신사 주가가 하락할 경우 해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이들 투자자가 ISD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통신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ISD’까지 언급하며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대했다. 윤 의원의 발언은 보편요금제 도입이 소비자 혜택보다 투자자의 손실을 불러온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가계통신비 인하의 경우 시장 논리를 무시하면서 ‘팔 비틀기’ 식으로 내놓은 결과”라며 “5G 투자 등 4차 산업혁명 투자는 민간이 주도한다. 그러나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편요금제 도입 이후 통신3사의 5G 투자 여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도 보편요금제를 반대했다. 송 의원은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통신사의 영업이익이 2조2,000억원 줄어든다고 한다”며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기업이 뭘 할 수 있을지 싶다”고 말했다. 

이들 의원들은 모두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대했다. 건전한 경쟁 활성화 방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원들의 발언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보편요금제의 도입 취지다. 이에 일각에서는 과방위 일부 위원들이 기업 여력 부족을 이유로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정지연 사무총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ISD’는 지나친 발언”이라며 “보편요금제는 통신이 가진 보편적이고 필수적인 성격 때문에 나온 것이다. 통신사가 고가요금제에 혜택을 집중시키고 저가와 고가의 격차를 두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차원에서 보편요금제를 요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통신사가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고 큰소리치지만 이 문제는 지속성이 담보돼야 하는 부분이다. 요금제 하나 출시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법제화가 필요하다. 사실상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언급하기 전에는 자율적으로 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보편요금제는 해외 투자자 피해보상까지 나올 문제가 아니다. 지나친 해석이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