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관저에서 수화기를 내려놓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니에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무역협상의 주요 안건들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 백악관이 27일(현지시각)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상을 타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통해 무역협상의 주요 안건들에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협상을 주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늘은 무역과 우리나라에 있어 매우 중요한 날이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미국·멕시코 자유무역협정은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성격을 가지며, 이로서 ‘나프타’라는 이름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멕시코, 자동차·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에게 한발 양보

트럼프 대통령이 재개정하고자 했던 옛 북미자유무역협정과 이번에 새로 타결된 미국·멕시코 자유무역협정은 몇 가지 차이점을 가진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28일 발표한 개정 내용에 따르면 주로 미국의 요구를 멕시코가 받아들인 모양새다.

자동차는 미국과 멕시코의 무역 갈등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승용차와 트럭, 자동차 부품 등 운송장비와 관련한 산업은 멕시코의 전체 대 미국 수출액 중 27%를 책임지며, 미국의 대 멕시코 무역적자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 하에서 미국에 수출되는 멕시코의 완성차는 자동차 부품의 62.5%를 미국제품으로 구성할 의무가 있었는데, 이 비율이 75%로 높아졌다. 또한 멕시코 자동차 산업계는 앞으로 근로자 45%에게 미국의 평균 생활임금수준(시간당 16달러) 이상을 지급해야 하며 이는 기존 조건인 40%보다 더 엄격해진 것이다. 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한 멕시코의 노동력이 완성차의 가격을 낮춰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지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을 더 수월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서비스 분야에서 멕시코 기업들이 미국 측이 요구하는 정보보호기준을 설정해야 하는 ‘세이프 하버’ 조항이 도입됐다. 또한 신약개발사업자들의 경우 향후 10년간 데이터 보호권을 가진다.

양국은 앞으로 6년마다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을 가져야 한다. 이는 당초 미국이 요구하던 5년 주기보다 다소 완화된 것이다.

◇ 캐나다와도 협상 개시…금주 타결 가능할까

남은 문제는 캐나다다. 최근 몇 주 동안 무역과 관련한 미국과 캐나다의 대화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지만, 미국 내에선 여전히 ‘3자 협정’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높은 무역의존도가 원인이다.

캐나다는 단일국가 기준 미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16%)임과 동시에 멕시코의 두 번째 수출국(5.8%·1위 미국 74%)이다. 동시에 캐나다 역시 자국 수출실적의 4분의3 이상을 북미 국가들을 상대로 올리고 있다. 북미 3개국의 연간 교역량은 1조달러를 넘으며, 이 중 대부분은 북미자유무역협정 하에서 벌어지는 무역이다. 상원 재정위원회의 오린 해치 위원장이 28일(현지시각) 멕시코와의 자유무역 합의가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하면서도 “최종안에는 반드시 캐나다가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이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는 오는 31일(현지시각) 의회에 멕시코와의 무역합의 인준을 요청할 계획이며, 캐나다가 이번 주까지 미국 제시한 무역협정에 동의하기를 바라고 있다. 멕시코의 니에토 대통령 역시 “캐나다가 새 무역협정에 합류할 것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캐나다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담 오스틴 캐나다 외교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각) “캐나다와 중산층에게 이익이 되는 무역협정에만 사인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28일(현지시각) 워싱턴을 찾아 미국 무역대표부와 자유무역협상 개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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