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시사위크|평양공동취재단=정계성 기자]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기로 남과 북의 지도자가 확약했다. 선언적 의미만이 아니라 군사공동위원회 설치를 통한 실질적인 군축에 나가기로 합의했다. 적어도 남과 북 사이에서는 종전선언이 이뤄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최정상급 육성으로 ‘군사적 충돌 방지’ 확약

무엇보다 이 같은 내용이 남북정상의 육성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 됐다는 게 중요하다. 공개적인 약속을 함으로써 뒤로 돌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를 항구적 평화지대로 만들어감으로써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게 됐다”고 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수십 년 세월 지속된 비극적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고 강조했다.

‘비핵화’라는 큰 협상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지만, 접경지역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합의의 의미는 작지 않다. 그간 발생한 대부분의 희생이 대치상태의 우발적 충돌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발적 충돌이 통제되지 못해 확전될 경우, 종국적으로 핵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핵문제와도 무관치 않다.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에 상당한 역점을 뒀다”며 “최소한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충돌하는 우발적 상황을 막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아가 핵 충돌을 막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다는 기본 인식 하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북미 비핵화 협상 ‘중재자’로 자리매김

최소 1개 이상의 핵물질 재처리 시설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영변핵시설 <뉴시스>

이번 평양방문의 핵심이었던 ‘비핵화’ 합의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비핵화의 구체적 실천방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긍정평가가 있는 반면, ‘현재 핵’ 폐기에 대한 북한의 명확한 입장이 없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다만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선후를 놓고 대립하는 북미 사이에서 ‘동시이행’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유심히 살펴봐야할 부분은 ‘영변핵시설 영구폐기 의사’가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합의서에 담겼다는 사실이다. 이는 북한의 ‘미래 핵’ 폐기와 종전선언을 교환한 뒤, 최종적으로 북미수교와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내자는 의미다. 무엇보다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영구폐기에 유관국 전문가들의 신고사찰을 허락함으로써 추후 영변핵시설 폐기 과정에서 신고사찰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의미도 있다.

문정인 특보는 “북의 입장에서 (센토사 합의서의) 새로운 관계는 종전선언과 불가침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평화협정으로 이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선언문에 담지 못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전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분명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한민국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로 자리매김을 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미 양측의 ‘수석협상가’가 돼 달라고 요청했고, 김 위원장 역시 문 대통령의 역할에 긍정적이다. 남북 최정상급에서 최초로 ‘비핵화 방안’ 합의가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미 협상에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남북관계의 진전이 북미관계의 진전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논리를 이번 평양회담과 공동선언이 뒷받침 하고 있다”며 “4.27 정상회담을 하고 북미회담으로 넘겨주려 할 때 문제가 발생해 2차 판문점 남북회담을 했다. 6.12 북미회담 후 현재 교착상태에 있는데 또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한국정부의 역할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성과를 만들어내고 다시 미국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우리의 역할이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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