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바이오제약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최근 대기업들의 ‘노조 와해’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한 제약기업에서도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6월 노동조합이 결성된 동구바이오제약이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한 인사 조치를 단행,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사측이 노조 파괴 행위를 멈추지 않을 경우 강력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48년 동구바이오제약, 노조 결성된 이유는?

창립 48주년을 맞은 동구바이오제약은 올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난 2월 코스닥에 입성한 후 3월에는 지방 유래 줄기세포 추출 기술과 천연 추출 성분이 결합한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셀블룸’을 론칭했다. 올해 목표는 매출 40위 제약사 진입을 내걸었다.

지난 4월 경기 화성 동구바이오제약 공장에서 열린 복합문화공간 ‘고암홀’ 개관식에 참석한 김도형 동구바이오제약 부사장은 “2020년 매출 2,020억원과 업계 30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올해 매출 1,234억원을 필히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도 이날 “제약·바이오 업계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환경”이라며 “선즉제인(先則制人: 선수를 쳐서 적을 제압한다)의 기치를 발휘하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의약품위탁생산(CMO) 확대와 줄기세포 치료 시장 진출과 셀블룸 유통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무렵 향남제약공단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노조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두 달 뒤 노조가 결성됐다. 노조는 사측의 연장근로 강요와 기준 없는 임금체계, 소통 창구 부재 등의 문제가 오랜 시간 고착화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설정한 매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 걸핏하면 연장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하기 위한 소통 창구가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서면 바로 찍히고 업무적으로 보복을 당하는 일들이 지속돼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돈을 더 달라고 말하기 위해서 노조를 결성한 것이 아니다”라며 “기준 없는 임금체계를 정비하고 사측에 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공식 창구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간부급 조합원들, 줄줄이 인사발령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구바이오제약의 노조 와해 의혹은 노조가 결성된 지 3개월 만에 제기됐다. 사측에서 노조 간부 3명과 일반 조합원 1명에 대해 이례적인 인사조치를 단행한 것. 노조에 따르면 지난 9월 11일 사측은 10명에 대한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이들 중 4명은 노조 조합원이었다.

동구바이오제약의 생산팀은 1팀, 2팀, 3팀으로 나눠져 있는데, 1팀에 속해있던 노조 위원장과 대의원, 회계감사 등 간부급 조합원 3명 모두 각각 다른 부서나 다른 팀으로 이동했다. 노조 위원장은 아예 물류팀으로 발령됐다. 이에 사실상 위원장과 생산직 노동자들의 접촉을 막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같은달 18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 신청서를 접수한 상태다.

교섭장에서도 인사발령 문제를 제기했지만 매번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로 끝났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현재까지 노조와 사측은 총 5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지난 2일부터는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에 교섭을 위임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인사발령 10명 중 4명만 조합원이기 때문에 표적 인사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나머지 6명은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는 분들”이라며 “2명은 직급의 변동이 있었고, 또 다른 2명은 연구소 소속인데 원래 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 나머지 2명은 본인들의 요청에 의해서 발령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생산직에서 물류팀 등으로 발령된 경우는 내부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퇴직을 앞두고 있는 분들, 본인의 요청에 의한 경우들”이라며 “우리들은 요청한 적도, 동의한 적도, 더욱이 회사에 문제를 일으킨 적도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구바이오제약은 신입사원의 수습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노조 가입을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동구바이오제약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인사와 관련해서는 당사자들과 오해가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대화를 통해 원만히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 가입 및 활동 방해 지적에 대해 “최근 대기업들의 노조와해 논란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그런 사실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 측은 향후 교섭을 통해 여러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문제가 지속될 경우 법적 조치 등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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