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각) 다우존스지수의 급락을 나타내는 뉴욕증권거래소의 전광판. /뉴시스·AP
10일(현지시각) 다우존스지수의 급락을 나타내는 뉴욕증권거래소의 전광판.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10일(현지시각) 뉴욕 증권시장의 주가정보 알림판은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S&P500지수가 3.3%(94.66p) 떨어졌으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큰 폭(836p)으로 하락했다. 주요 지수가 일제히 고개를 숙이자 주가폭락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사용되는 ‘검은 수요일’이라는 관용구도 다시 등장했다.

가장 큰 좌절을 맛본 것은 나스닥이었다. 나스닥100지수는 이날 4.4% 떨어졌으며,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지난 3일(현지시각) 8,029.05였던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는 5거래일 만에 7,422.05까지 후퇴했다.

◇ 금리 인상은 가시화, 감세 ‘약발’은 끝물

타임지는 10일(현지시각) 기사에서 미국 주식시장에 대해 “지난 몇 년 간 투자시장 최고의 승자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실리콘밸리를 위시한 테크놀로지 기업들과 유통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주식시장이 맞았던 호황을 가리킨 표현이다. 때문에 두 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 애플과 아마존의 주가가 10일(현지시각) 동반 폭락한 것은 미국 투자자들에게 그만큼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날 애플의 주가는 전일 대비 4.63%, 아마존은 6.15% 하락했다.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기준금리다. FTSE 러셀의 매니징 디렉터 알렉 영은 타임지와의 10일(현지시각) 인터뷰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공포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포춘지 역시 주식시장 폭락의 원인 중 하나로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을 뽑았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자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그 영향으로 채권 수익률은 높아졌다. 2016년 6월 미국 국고채 10년물의 수익률은 1.43%였지만 현재는 3.19%다.

보다 안전한 채권시장의 수익률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주식시장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타임지는 “지난 며칠간 주식시장은 늘 폭락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아슬아슬하게 방어하는데 성공했을 뿐이다”고 진단했다. 10일(현지시각) 사태는 잠재됐던 위험이 발현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9월 중 10~13 사이를 오가던 주가변동성지수(VIX)는 지난 4일부터 15 이상으로 널뛰기 시작했다.

한편 알렉 영 디렉터는 올해 미국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았던 동력 중 하나로 평가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에 대해선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금리 인상에 대한 걱정과 함께 주요 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심어주는 요소다.

◇ 기술주를 둘러싼 수익성 악화 우려

CNBC에 따르면 S&P500지수의 기술주 항목을 담당하는 65개 종목 중 52개 종목(80%)은 현재 주가가 지난 1년간의 최고점보다 10% 이상 낮아진 상태다. 고점에 비해 주가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기업들도 있다. 광섬유 레이저업체 IPG 포토닉스의 경우 주가하락 폭이 50.1%, 하드디스크 생산업체 웨스턴 디지털은 49.4%에 달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지나 마틴 아담스 수석 자산전략가는 투자자들이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주가변동성이 높아졌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마존이 오는 11월부터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고, 페이스북이 반강제적으로 보안 강화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 것을 두고 기업의 수익 마진이 악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형성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도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수익성 전망을 낮춘 원인으로 평가된다. 특히 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업체와 다수의 반도체 기업이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역효과를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포춘지는 기술주들이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무역 긴장에 훨씬 취약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투자자들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기술주를 덜어내고 내수 의존도가 높은 종목으로 갈아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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