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각) 카토비체에서 개회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AP
2일(현지시각) 카토비체에서 개회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전 세계에서 모인 환경정책 책임자들이 지구의 온도를 2도 낮춘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를 재확인했다.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 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가 15일(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참가국들은 13일에 걸친 회의 끝에 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 정보공개 의무·기금조성 목표 담아

유엔 196개 회원국 대표단과 기후변화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을 비롯한 시민행동가 등 모두 2만여명이 모인 이번 총회의 결론은 ‘파리협정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이행지침’으로 요약된다. 회원국들이 당초 예정됐던 폐막일을 하루 넘겨서까지 논의를 이어간 끝에 빛을 보게 된 이 합의안은 지난 2015년 12월 제정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들을 실현하기 위한 실행방안을 담고 있다.

합의안은 유엔 회원국들에게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할 의무를 부여하고, 국제사회가 이를 감시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적응과 감축 이행에 대한 투명성 확보, 개발도상국에 대한 재원 제공 및 기술이전 등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지침도 마련했다. 파리기후협약의 핵심 설계자였던 로렌스 투비아나 유럽기후재단 대표는 총회 폐막 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참가국들의 신뢰 속에 투명한 (기후변화 방지)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1,0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는 두 배로 확대됐다. 세계은행은 이번 총회에서 향후 5년간 2,0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절반인 1,000억달러는 세계은행이 직접 조달하며 나머지 1,000억달러는 국제투자은행들과의 공조를 통해 마련한다. 한편 독일(23억3,000만달러)과 노르웨이(7억8,000만달러) 등 일부 국가들은 녹색기후기금(GCF)에 자금을 출연할 계획이다.

가디언 편집부는 16일(현지시각) 게재한 평론에서 카토비체 합의문이 “충분히 강력하지는 않지만,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로 인해 기후변화를 위한 국제 공조의 힘이 약화된 상황에서 총회가 합의문을 도출한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 선진국과 개도국, 산유국과 기후변화 피해국 대립도

반면 총회가 마련한 이행지침이 미봉책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참가국들의 의견 분열로 인해 시급한 기후 문제들에 대한 규제조치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회의를 주도해야 할 일부 국가들이 개회 전부터 총회의 취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폴란드의 그레고지 토비조스키 폴란드 에너지부 장관은 총회가 열리기 나흘 전 카토비체 인근 지역에서 새 석탄광산을 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해 주최국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UN은 전통적인 석탄도시인 카토비체에서 화석연료의 감축을 의논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고려해 폴란드를 개최지로 선정했는데, 화석연료 사용을 조장하는 토비조스키 장관의 발표로 그 의미가 완전히 퇴색된 셈이다. 한편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주체인 프랑스는 지난 4일(현지시각) 디젤·가솔린 연료에 환경세를 물리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유가 상승에 반대한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힌 것이 원인이다.

총회에 참석한 유엔의 196개 회원국들은 세부 실행계획을 의논하는 자리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양분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후변화 의제를 논의할 때마다 반복되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대립 구도가 이번에도 나타났다.

탄소배출과 관련해 각국 정부에 얼마만큼의 정보공개 의무를 둘지가 문제였다. 아마존 열대우림을 난개발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는 브라질과 탄소배출량 통계의 신뢰성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은 개발도상국을 위한 별도의 보호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혹한 탄소배출 규제가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은 각국 정부가 가스배출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해 규제의 투명성을 높일 것을 원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보고서를 채택하는 문제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이 나타났다. IPCC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 산하에 설립된 전문가 집단이며, 세계 곳곳에서 모인 기상학자·해양학자·경제학자들로 구성돼있다. IPCC는 이번 총회에서 지구 온도가 1.5도 올라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미국·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쿠웨이트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보고서 채택이 거부됐다.

일반적으로 당사국총회에서 IPCC 보고서의 채택이 거부되는 경우는 드물다. 아이만 샤슬리 사우디아라비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다른 IPCC 보고서들에 비해 질적으로 떨어져서”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고발한 보고서의 채택을 거부한 것이 모두 세계 수위의 산유국들이라는 점에서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기후변화의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국가 중 하나인 피지의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총리는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은 반박할 수 없는 진실”이라며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산유국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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