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 상품권 표준약관 제정 등으로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영화관람권은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 / 네이버 쇼핑
정부가 신 상품권 표준약관 제정 등으로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영화관람권은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 / 네이버 쇼핑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 수개월 전 친구에게 모바일로 롯데시네마 영화관람권을 선물한 A씨는 최근 이상한 일을 겪었다. 친구가 유효기간 내 영화관람권을 사용하지 못하자 기간연장 및 환불을 시도했지만, 판매처 등에서 거부당했다는 것.

A씨는 황당했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가 ‘신 상품권 표준약관’을 제정하면서, 유효기간이 지난 모바일 상품권의 경우 90% 환불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불요구에 돌아온 답변은 ‘모바일 상품권’만 환불이 가능하며, ‘모바일 영화관람권’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 한국소비자원 “영화관람권, 상품권이라기엔 모호”

결론부터 말하면 모바일용 영화관람권의 법적성격은 ‘상품권’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23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상품권은 권면에 기록된 내용 자체를 이행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며 “영화관람권은 이 자체만으로 영화를 보지 못하고, 새로운 형태로 교환이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가증권인 상품권에서 제외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즉, 상품권은 자체적으로 화폐가치를 지니는 일종의 유가증권을 뜻하는 반면, 영화관람권은 특정 시간대 영화의 예매표와 교환이란 절차를 거치기에 법적 성격이 다르다. 이에 영화관람권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품권 표준약관’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예전 어떤 기업에서 회원 가입 시 백화점 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교환권을 지급했다”며 “일부 소비자들이 기한만료로 받지 못하자 항의했지만, 교환권 형태라며 (상품권을) 지급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화관람권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제각기 다른 환불약관을 내세우고 있다. 몇몇 쇼핑몰에선 ‘영화관람권의 유효기간이 지날 경우 90% 환불’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환불불가’를 대놓고 명시한 곳도 있었다.

◇ 영화관람권, ‘상품권’에 포함시키면 해결될까

소비자원 측은 ‘유효기간이 지난 영화관람권의 환불불가’는 법적으론 불확실해도, 소비자의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표준약관 적용여부를 떠나서 소비자가 돈을 주고 샀으면 누릴 권리는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현실은 소비자가 민원 제기 시 ‘합의 권고’ 후 ‘분쟁위원회에 상정’ 시키는 게 전부다. 이 같은 조치에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수단만 남는다. 소비자 개인이 단 몇 만원의 상품권을 환불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벌이기엔 부담이 크다.

상품권 표준약관에 영화관람표가 포함된다면 그나마 상황이 나아진다. 업체가 이 표준약관을 채택할 경우 민사적으로 강제할 수단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원 관계자는 “표준약관도 (업체들이 적용해야 한다는) 강제성이 없다”며 “당사자 간 분쟁이 생겼을 때 이걸 기준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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