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신임 장관들과 환담하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신임 장관들과 환담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8일 임명했다. 오는 10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출국을 앞둔 상황에서 장관 인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극심한 반대 속에 강행한 인사여서 그 여파는 4월 임시국회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영선·김연철·진영 행정안전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문성혁 해양수산부 등 5명의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을 준 뒤 가진 환담에서 “문재인 정부 중기(中期)를 이끌어갈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며 “아주 험난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겪은 만큼 이를 통해 행정·정책 능력을 잘 보여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연철 장관에게 “평생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을 연구해 오셨고, 과거 남북협정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 적임자라 생각했다”며 “남북관계가 북미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북미가 진전되면 남북이 더 탄력을 받는 선순환 관계에 있어 남북·북미 관계를 잘 조화시키며 균형 있게 생각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장관에게는 “평소 의정 활동으로 대·중소기업 간 상생 관련 활동을 많이 했고, 관련 입법을 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중소기업, 또 그 속에도 제조 중소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 벤처 등 모두가 살아나는 게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각별하게 성과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 한국당 “인사전횡 만행 수준”

이날 박영선·김연철 신임 장관 임명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1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두 후보자 외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등이 청문보고서 채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명됐다. 장관급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인사청문 대상인 양승동 KBS 사장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인사 강행의 여파는 여야 대치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은 “국민의 공복이어야 할 후보들이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소명조차 내지 못했는데도 무슨 검증을 통과했기에 장관에 임명하는지 묻고 싶다”며 “문 대통령 주변에 이런 사람들 밖에 없는 것인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지 허망할 뿐”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자질 부족, 명분 실종’으로 점철된 대통령의 인사 전횡이 독선을 넘어 만행 수준으로 치닫고 말았다”며 “정권과 여당이 부르짖던 민생우선과 협치란 말은 하나의 ‘레토릭’에 불과했음이 명확해졌고, 국정책임자라는 집권 여당의 존재이유는 좌파 사회주의 현실화를 위한 허울뿐이었음이 확실해졌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무능한 인사로 ‘무능한 정부의 가속화’가 우려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통, 오만, 독선의 결정판인 인사 강행에 대해 총체적 책임을 지고 즉각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했다. 민주평화당도 홍성문 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 “후퇴할 줄 모르는 코드 인사는 후회로 끝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4월 중 국회에 제출하기로 한 추가경정예산(추경)도 험로가 예상된다.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과 강원도 산불 피해 지원 등을 목적으로 한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한국당은 총선을 1년 앞두고 내놓는 ‘선거용 추경’이라고 규정하며 반대 의견을 명확히 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재해추경을 이유로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이 정부가 하고 싶은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고 총선용 추경에만 ‘올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며 “재해추경이 아닌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꼼꼼히 살펴보겠다. 은근슬쩍 소득주도성장, 땜질식 일자리 예산편성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지난 예산을 빌미로 한 내년 총선 추경도 철저히 막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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