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의혹 관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1심과 다른 판결이다. / 뉴시스
화이트리스트 의혹 관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1심과 다른 판결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죄가 무거워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하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도 실형을 선고했다. 특히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직권남용 혐의가 유죄로 뒤집혔다. 

재판부는 김기춘 전 실장을 사건의 ‘정점’으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12일 열린 항소심 선고에서 “대통령비서실 내부의 정책 결정에 따라 일련의 지휘체계를 발동했고,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들은 정무수석실의 자금 지원 요청을 모두 대통령비서실이 직무 집행의 일환으로 요청하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재판부는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해 “누구보다도 행위에 시발점이고 기획자이자 기안자”로 해석했다. “보수단체 지원 기조를 최초로 형성하고 자금 지원 방안 마련을 가장 상급자로서 지시했다”는 게 그 이유다. 재판부는 “대통령비서실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조직적인 체계를 만들고 이를 하급자에 지시한 김기춘 전 실장의 죄는 매우 무겁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기춘 전 실장의 형량은 달라지지 않았다. 직권남용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강요 혐의와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상상적 경합범은 1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게 돼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날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1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기훈 전 실장의 지시가 중간관리자인 조윤선 전 수석을 통해 실무자에게 전달되고 집행된 것으로 보고 해당 사건을 몰랐을 리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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