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와 창당 주역으로 불리는 유승민 의원이 “안철수 전 대표와 초심으로 돌아가 당을 살리는 길을 찾겠다”고 말해 불씨를 키웠다. / 뉴시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와 함께 창당 주역으로 불리는 유승민 의원이 “안철수 전 대표와 초심으로 돌아가 당을 살리는 길을 찾겠다”고 말해 불씨를 키웠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전면에 나섰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종국엔 사보임 갈등으로 내분을 사게 되자 직접 목소리를 냈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도부의 사보임 철회 결단을 촉구했고, 사보임을 강행한 김관영 원내대표의 결자해지가 없다면 “불신임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그는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했다. “쉽고 편하게 거저먹는 길은 안 간다”고 자신의 팬클럽 회원들 앞에서 분명하게 말했다.

◇ 유승민도, 지역위원장들도 “안철수 나와라”

유승민 의원이 택한 길은 사실상 재창당과 가까운 바른미래당의 쇄신이다. 여기엔 안철수 전 대표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저와 안철수 전 대표는 창당의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면서 “안철수 전 대표와 초심으로 돌아가 당을 살리는 길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자신의 “당연한 의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창당 주역으로, 당 내부에선 실질적 대주주로 불린다.

안철수 전 대표 측은 조기 등판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의 복귀를 요구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단의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안철수 전 대표 측은 조기 등판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의 복귀를 요구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단의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안철수 전 대표로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동 창업자와 다름없는 유승민 의원까지 나서 자신의 역할론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마냥 ‘입’을 닫고 있을 순 없다.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앞당겨진 셈이다. 긍정적 신호는 이보다 앞서 감지됐다. 얼마 전 안철수 전 대표가 국내 측근 의원들에게 메신저 프로그램인 바이버(Viber)를 통해 “제가 멀리 있어 도움이 못돼 미안하다. 이태규 의원과 잘 상의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안철수 전 대표의 메시지에는 손학규 대표의 사퇴, 패스트트랙 찬반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은 없었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가 소통 창구로 이태규 의원을 지목했다는 점에서, 국내 활동 재개를 위한 시동을 걸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테면, 이태규 의원이 지난 18일 손학규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전·현직 지역위원장 90여명의 회동 자리에 참석한 것을 두고 안철수 전 대표가 사실상 지도부 사퇴에 힘을 실은 게 아니냐고 추측하는 식이다.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바른미래당 현직 원외 지역위원장 49명이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한시적 비상대책위원회 가동 이후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의 ‘공동체제’ 출범을 촉구했다. 이들은 두 사람의 연대 필요성에 대해 ‘창당정신’을 근거로 내세웠고, “당의 간판으로 전면에 나서 헌신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현직 지역위원장 가운데 절반이 넘는 60.5%가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요구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안철수 전 대표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그동안 안철수 전 대표는 조기 귀국 또는 조기 등판론에 대해 선을 그어왔다. 소통 창구로 지목된 이태규 의원 역시도 안철수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당분간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고 더 공부할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이 창당 이래 ‘분당 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데다 안철수 전 대표의 역할을 요구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면서 조기 복귀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철수 전 대표의 정치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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