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채이배 정책위의장. /뉴시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채이배 정책위의장. /뉴시스

시사위크= 정호영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을 둘러싸고 바른미래당 부산시당이 16일 자유한국당 부산시당과 공조, '조국 파면 부산연대'를 결성하는 과정에서 행사 자체를 중앙당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당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부산시당의 한국당과 반(反)조국 연대 움직임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기자회견을 연다는) 보고가 없었다"며 "당에서도 공식적으로 보고 받은 일이 없다고 한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조 장관 비판에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손 대표를 주축으로 하는 당권파와 바른정당계 주축의 비당권파 간 투쟁은 따로 하는 '엇박자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손 대표가 자진사퇴하지 않는 이상 봉합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이를 지켜보는 당직자들의 한숨을 자아내고 있다.

한 바른미래당 당직자는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서로 다른 노선을 타면서 티격태격하고, (손 대표를) 대표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중앙당에 보고할 건 해야 한다"며 "시·도당 위원장이 이렇게 독자적으로 행동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바른미래당 당헌 제37조 '당무집행기구'는 '사무총장이 중앙 및 시·도 사무처를 총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각 시·도당 사무처장이 한 행사를 중앙당 조직국에 보고하면 조직국 사무총장에게 취합해 전달하고, 사무총장이 예산 등을 결재하는 시스템이다. 행사 집행비를 결국 중앙당에서 부담하는 만큼 보고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손 대표가 보고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은 측근인 임재훈 사무총장도 부산시당에서 보고 받은 내용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바른미래당은 부산시당의 미보고 건에 대해 당헌당규와 관계 없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임 사무총장은 "하태경 의원이 보고를 해주면 좋은데 그 분이 우리가 보고하라고 해서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 분이 아니다"라면서 "하 의원 개인 행위로 보고 당헌 (위반) 관련해선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어 "(갈등 봉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며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한 바른미래당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일로 중앙당에서 제재할 생각은 없지만 여러 번 반복되거나 다른 시·도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분명한 원칙을 정할 것"이라며 "지금 제재를 언급하면 당권싸움으로 보일 수 있으니 이번 건은 넘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다른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한국당과의 공조가) 당 대표와 결을 달리하는 만큼, 조직국에 보고해도 결재가 될 가능성이 적으니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시당에서 고의로 중앙당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조국 파면 부산연대'가 20일 계획하고 있는 부산 촛불집회 일정 등 활동을 중앙당에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당 사무처 관계자는 "기자회견 일정이 추석 연휴 전날인 11일 잡혔기 때문에, 중앙당에 사전 허가를 받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향후 활동은 착오 없이 보고드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 의원도 "핵심은 (보고 여부가 아니라) 손 대표와 내가 말로 충돌한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손 대표는 '조국 파면 운동은 한국당하고만 연대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고, 나도 한국당하고만 연대할 생각이 없다. 다른 정당 및 사회단체와 연대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투쟁은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가 "추석까지 당 지지율 10%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사실상 번복한 만큼,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비당권파 입장에서는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공세 수위를 높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오후 바른정당계 정병국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 대표의 '추석 10%약속'을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정 의원은 "추석은 지났고, 우리 당은 의석수 6명인 정의당 6.2%보다 못한 지지율 5.2%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제는 약속의 시간이 됐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지금의 손 대표는 패권, 패거리에 의존한 문재인과 다를 바 없다"며 "만약 손 대표가 지금 같은 상태로 가면 '중대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대 결단'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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