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대학교에 입학하고 교정을 둘러보다 희한한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비석 앞에 서서 종이를 대고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광경이었다. 이윽고 흰 주머니에 먹을 먹인 다음에 콩콩 리듬감있게 두드렸다. 한 여름의 소나기처럼 창문을 두드리듯 쳐 내려가는 몸짓에 매료되어 ‘탁본’을 배우게 되었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 친 탁본을 고이 접어서 ‘각대봉투’에 넣어 보관한 적이 있다. 30여년이 지난 어느날 발견된 봉투안에는 탁본이 참으로 잘 보관되어 있었다. 다만 접어둔 부분이 눌러져서 그런지 의외로 낡아서 펴는데 매우 어려웠다. 바지를 잘개어서 옷장에 넣어두었는데 접힌 부분의 색이 바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잘 보관하는 방법은 없을까?

요즘 소위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윤창호법이라고 불리는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 및 ‘도로교통법 개정안’, 그리고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우리의 생활은 ‘회식 등의 음주의 밤’에서 ‘취미’나 ‘문화’가 있는 삶으로 바뀌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관심을 좇아서 요가도 하고 취미 생활도 그림을 그리는 등 미술도 매우고 있다. 배우는 물론 교수, 사진가 등 지인들이 여는 전시회에는 아마추어지만 손수 그린 그림들의 작품성이 예사롭지 않다. 이처럼 탁본은 물론 직접 자신이 ‘종이’나 ‘캔버스’ 나아가 ‘비단’ 등에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초성능카메라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과 일안 카메라의 보급으로 국민 사진 작가 시대가 활짝 열렸다.

불교 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무우수아카데미는 강대훈 표구공과 함께 오는 10월 23일부터 ‘문화재수리기능자 표구공 자격증과정’을 개강’한다.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불교 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무우수아카데미는 강대훈 표구공과 함께 오는 10월 23일부터 ‘문화재수리기능자 표구공 자격증과정’을 개강’한다.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배보다 배꼽이라는 말이 있다. 그림은 주민센터나 문화센터에서 무료로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전시는 별개의 문제다. 전시장을 빌리는데 돈이 들고 운좋게 구청 등에서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개최하면 비용은 절감된다. 하지만, 같이 배운 같은 기수의 동기 학생들이 함께 하는 전시회를 준비하다보면 주머니 사정이 만만치 않다. 좋은 표구와 액자의 문제가 성큼 다가오기 때문이다. 크기에 따라 재질에 따라 다르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에 드는 액자는 수십만원을 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 옷을 입으면 달라보인다는 느낌 때문인지 그림도 고가의 액자를 하면 달라지나 보다. 명색이 전시회인데 그냥 그림만 이면 테이프로 벽에 붙이거나 다이소에서 사진 액자 하나 사서 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목공을 알거나 목공을 배우면 액자도 스스로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액자는 표구와 함께 병합되어 이뤄지기 때문이다.

배접과 표구는 작품의 시작, 혹은 완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단계다. 하지만 일반인은 어디에서도 개인적으로나 전문적으로 배우기가 힘들다. 기회조차도 없고 있어도 일반인들이 그런 정보에 접근할 수조차 없다. 불교 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무우수아카데미는 이런 요구들을 부응하여 강대훈 표구공과 함께 오는 10월 23일부터 ‘문화재수리기능자 표구공 자격증과정’을 개강’한다. 족자, 두루마리, 서책(절첩, 선장, 포갑), 가리개 등의 4개 과정 가운데 첫 번째로 3개월동안 전문적으로, 표구 특히 족자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장황의 이해, 재료 및 도구의 이해, 도구 제작, 작품 배접, 비단 배접, 재단 및 연결, 귀접기 및 축주머니 연결, 온배접, 상하축 제작, 상하축 붙이기, 금구 및 족자끈 연결, 족자의 이해 등 12회차 강의로 이론 및 실기를 모두 담았다. 탁본 배접을 하기 위해서라도 나부터 먼저 가서 배워야겠다.

참고로, 강대훈 ㈜반야문화재보존 선임연구원은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 후 서울대 규장각 소장 고문헌 수리복원 사업(울산호적대장·서벽선생안·실록포쇄형지안·을묘식년선원가헌록·홍경래진도 등), 간송미술관 소장유물 보존처리(간송문화전 진경산수화·매난국죽·화훼영모·풍속인물화 등), 한성백제박물관 소장품 보존처리(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 등에 많은 서화류 보존처리 사업에 참여한 전문가로, 문화재수리기능자 표구공, 문화재수리기능자 도금공, 문화재수리기능자 칠공 등의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반야문화재보존은 전통재료 및 전통기법으로 ‘정직한 보존’을 하는 동산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기업으로, 문화재 보존처리, 기록화, 학술연구 등을 진행하는 기업이다. 서화·불상·칠기·석조유물 보존처리와 서화유물 모사·영인본 제작, 불상·석탑 3D 스캐닝 등의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다양한 자격을 보유한 연구진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특히 서화류 보존처리에 특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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