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가 나도 피해자 구제를 못받고 불법영업이지만 이용객들은 그 편의성 때문에 4배나 비싼 요금을 내고 '콜뛰기'를 애용하고 있다. 하지만 난폭 운전에 솜방망이 처벌로 도심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 일대에서 고급 승용차를 이용해 불법 택시 영업을 하는 일명 '콜뛰기' 조직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과거 유흥업소 종사자들만 암암리에 이용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연예인부터 평범한 주부, 심지어 고등학생까지 누구나 쉽게 이용할 정도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택시보다 4배가 넘는 요금을 받지만 이용객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안전. 이들은 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불법유턴과 신호위반은 기본이고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규 위반도 속출하고 있다.

자가용을 이용한 영업행위는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다.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사의 보상을 전혀 받을 수 없다.

▶택시보다 4배 비싸…이용객 기하급수적

콜뛰기는 '전화(Call)'를 걸면 '대기'한다는 의미의 '콜 대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콜뛰기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이나 취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평범한 가정주부와 일반 학생들까지 이용하고 있다.

요금은 강남 일대는 1만원, 강남에서 강북으로 갈 경우 3~5만원, 수도권은 10만원이다. 이용되는 차량들은 국산 대형 승용차부터 벤츠나 BMW와 같은 수입 유명브랜드의 고가 차량까지 다양하다.

유흥업소 종업원들이 콜뛰기를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정해진 시간 안에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흥업소 종업원들의 주 교통수단인 셈이다. 차량 안에는 태블릿 PC와 생수, 스타킹, 생리대 등 각종 물품들이 구비돼 있어 단장하기에 좋다.

거의 매일 콜뛰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유흥업소 여종업원 한모(24)씨는 "심야 시간에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택시를 잡는 게 힘들어 눈치를 봐야 한다"며 "얼굴을 익힌 콜맨들은 미용실부터 업소까지 동선을 이미 다 알고 있어 자가용처럼 이용하기 편하다"고 전했다.

이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택시기사들은 불만이다.

▶신호 위반·중앙선 침범 위험천만

콜뛰기 조직들은 서울 강남 유흥업소와 미용실 등에 콜 번호와 상호가 인쇄된 명함을 뿌리고 영업을 한다. '돈이 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콜뛰기 운전기사들의 수입은 실적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교통법규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좁은 골목에서 아찔할 정도의 과속은 물론 신호 무시와 중앙선 침범 등 온갖 교통법규를 수시로 위반한다.

대포차나 렌터카 등을 이용해 영업을 하고 있어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 구제가 어렵다. 등록되지 않은 자가용을 이용한 영업행위는 불법일 뿐 아니라 보험사에서 어떠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또 운전기사들 가운데 일부는 강도 상해나 강간, 성매매 알선, 마약 등 강력범죄 전과자들도 포함돼 있다. 주로 심야에 운행되는 만큼 취객이나 유흥업소 종업원들이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콜뛰기 기사들이 난폭운전을 일삼기 때문에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늘어나고, 이용자뿐만 아니라 선의의 다른 사람들도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며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등 각종 위험을 야기하는 콜뛰기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제2의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어 "콜뛰기를 이용하다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 규정상 면책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에 사고를 당한 이용객은 보험금이나 보상을 절대 받을 수 없다"며 "콜뛰기 기사들 가운데 범죄 전과를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에 취객이나 이용객들은 범죄에 노출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남서 극성…교통사고 나도 구제 못 받아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허가를 받지 않은 자가용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콜뛰기는 명백한 불법이다.

특히 기사들의 신원을 알 수 없는데다 교통사고가 나도 불법이기 때문에 보험 혜택이나 보상을 받을 길이 전혀 없다. 또 대포차와 렌터카 등을 이용해 영업하고 있어 교통사고 후 도주했을 경우 검거하기가 어려워 피해자 구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속과정에서 적발되더라도 기사와 승객이 서로 아는 사이라고 잡아떼면 증거 확보가 어렵다.

불법 자가용 영업을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단속이 되더라도 300~1000만원 안팎의 벌금형에 그치고 있어 솜방망이 처벌이 콜뛰기 영업을 오히려 부추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콜맨들은 사법당국의 단속과 처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전기사는 "경찰의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전부 벌금형에 그치고, 벌금 역시 한 달 정도 일하면 얼마든지 낼 수 있기 때문에 단속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지금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몰려서 콜맨을 더 뽑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단속을 통해서 콜뛰기를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습 콜뛰기 차량은 압수하고, 상습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와 사업자는 구속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콜뛰기 영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단속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사법당국이 일정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단속을 펼치고, 투입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전부 동원해 강력하게 단속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당국은 도로교통을 어지럽히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집단에게는 예외가 없다는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벌금형이 아닌 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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