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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장애인 이동권
[갈 길 먼 장애인이동권⑥] 모노레일·케이블카, 장애인 접근성 높일 법 개정 필요
2021. 04. 30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이동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말이다. 누구나 당당하게 누려야 할 권리지만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에겐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권리다. 거리의 각종 높은 턱과 취약한 교통수단은 이들의 자유롭게 거리를 다닐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기 일쑤다. 2005년 ‘교통약자 이통편의 증진법’이 제정된 후,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스템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편집자주>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의 교통약자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18년 4월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일원에서 모노레일이 시범운영되고 있는 모습/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은 산악지나 구릉지, 해상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이동수단이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 활성화’와 ‘교통 약자 문화 향유권 보장’이라는 명분 아래, 주요 관광지에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설치를 추진했다.

그런데 정작 교통약자인 장애인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대로 된 접근시설과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탓이다. 특히 전동휠체어 장애인들이 제대로 탑승 가능한 경우는 전국 시설 대비 채 3% 밖에 안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 케이블카·모노레일, 장애인 이동 편의 접근성 열악

모노레일와 케이블카는 현행 행정상 용어로 ‘궤도’와 ‘삭도’에 해당된다. ‘궤도운송법’ 제2조에는 궤도와 삭도의 정의가 명기돼 있다. 궤도란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데에 필요한 궤도시설과 궤도차량 및 이와 관련된 운영·지원 체계가 유기적으로 구성된 운송체계를 말하며, 삭도를 포함한다. 삭도란 공중에 설치한 와이어로프에 궤도차량을 매달아 운행해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궤도시설 및 삭도 시설은 모두 201개다. 궤도시설은 44개 업체가 47개를, 삭도시설은 53개 업체가 154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2개를 제외한 199개가 사람을 운송하는 시설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해당 시설에 대한 교통약자의 접근성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근시설, 안내시설, 내부시설, 편의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탓이다. 

해당 단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모노레일 및 케이블카 내 안내시설(안내방송, 문자안내판, 목적지 표시)에 대한 접근성은 50%대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휠체어 장애인들의 접근 편의성은 더욱 열악한 상황이었다. 휠체어승강설비(23.2%), 휠체어보관함(17.2%), 교통약자용 좌석(16.2%) 등 주요 항목들의 접근성이 30%를 밑돌았다.

전동휠체어 장애인들이 탑승 가능한 시설은 채 3% 밖에 안 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장애인관광협회가 지난 3월 유선 및 서면을 통해 조사한 결과, 탑승을 위한 최소한의 접근시설이 마련돼 탑승장(플랫폼)에서부터 궤도차량까지 별도의 이동조치나 도움 없이 ‘전동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곳은 전국 199곳 중 단 6곳에 불과했다.

◇ “휠체어 장애인 이용 가능한 시설, 199개 중 6곳 뿐” 

한국장애인관광협회의 조사 결과, 휠체어 장애인들이 탑승장에서부터 궤도차량까지 별도의 이동조치나 도움 없이 ‘전동휠체어’ 탑승이 가능한곳은 전국 199곳 중 단 6곳에 불과했다. 사진은 목포해상케이블카. /뉴시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편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장애인관광협회에 따르면 통영시가 117억원을 투입해 2019년 12월 개장한 욕지도 모노레일의 경우, 휠체어 장애인의 탑승이 아예 불가하다. 2018년 4월 개통한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의 울산 장생포 모노레일은 휠체어를 탑승장에 보관하고 의자로 이동해야 한다.

2014년 개장한 여수해상케이블카의 경우, 일반형은 전동휠체어 탑승을 거부했다. 탑승 시 케이블카가 멈추지 않다는 이유로 수동휠체어 탑승만 권장했다. 여수 뿐 아니라, 목포 등 주요 해상케이블카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가 발생되는 이유는 뭘까. 장애인단체들은 법 공백을 배경으로 제시했다. 현재 모노레일와 케이블카는 궤도운송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해당 궤도운송법에는 교통약자의 편의 증진에 대한 항목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더불어,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등 궤도시설은 교통약자편의증진법상 교통수단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처럼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제고할 법적 의무 기준이 없다보니, 이런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 장애인단체들은 교통약자를 위한 법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측은 “우리나라에서는 모노레일이 최근 도심 교통수단으로서 활용되고 있으며, 지자체를 중심으로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설치를 관광용 이동수단으로 대폭 늘리고 있는 만큼 교통약자를 위한 제반시설의 기준 마련이 절실하다”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개정을 통해 교통약자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수직 이동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장애인단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최근 국회에선 관련 법이 발의돼 주목을 끌고 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통약자증진법 내 교통수단에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을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 의원은 “궤도 및 삭도의 주요목적은 사람의 운송임에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시설에 관한 현행법에 궤도가 포함되지 않아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2조 제2호의 ‘교통수단’에 궤도와 삭도의 내용을 포함해 교통약자의 편의증진을 도모해야 한다”고 법 제안 이유를 밝혔다.

지난 29일에는 ‘케이블카 및 모노레일의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안 개정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정복 국회의원실, 장경태 국회의원실, 최혜영 국회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정책위원회, 한국장애인관광협회,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가 공동주관했으며, 케이블카 및 모노레일에 대한 접근성 실태를 살펴보고 법 개정 필요성과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토론회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이날 발제자로는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와 조봉현 경기도장애인편의시설설치도민촉진단 명예단장,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가 참여했다. 토론에는 김남균 국토교통부 생활교통복지과 과장, 안성준 한국장애인개발원 UD환경정책기획팀 팀장, 박기준 책임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도시철도 연구팀장이 참석했다.

◇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 개정 필요

이날 홍서윤 대표는 “케이블카 및 모노레일이 관광용 운송수단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해외에서는 도심교통체증을 해소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지속가능한 공공교통수단으로서 부각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이 교통수단으로서 설명되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케이블카 등 스카이웨이 시스템을 설치할 경우 반드시 미국장애인법을 준수하도록 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법 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교통약자의 편의증진법에 ‘궤도시설’에 대한 규정이 하루 빨리 포함되어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9일 오후 2시 ‘케이블카 및 모노레일의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안 개정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관련 법 개정 방향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유튜브 캡쳐

조봉현 단장은 자신이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탑승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불편 및 차별 사례를 설명하면서 “앞으로 케이블카 또는 노면전차 등 궤도운송법을 적용받는 시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법령을 바로잡지 않으면 장애인 차별시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노력에 나서야 한다”며 “교통약자법 제2조에서 편의시설을 갖춰야할 교통수단을 열거하며, 열거되지 않은 교통수단에 대해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을 해줬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에서 행정입법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시행령 제2조에 ‘궤도운송법’에 의한 이동시설을 추가해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편의시설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들도 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남균 국토교통부 생활교통복지과 과장은 “최근 각 지자체에서 궤도운송법에 따라 추진을 검토 중인 노면전차, 모노레일 등은 대중교통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궤도운송법에 따른 운송수단 및 시설을 교통약자법에 따른 이동편의시설 설치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공원 내 설치된 관광 삭도 등도 ‘장애인등편의법’ 대상시설에 포함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성준 한국장애인개발원 UD환경정책기획팀 팀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궤도시설 설치에 대한 사업자 선정 시 기본요건에 반드 시 BF(barrier free,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의무적으로 획득하도록 협의하거나, 궤도운송법 개정을 통해 궤도시설 설치 시 ‘장애인편의법’ 규정에 따라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건축법’ 개정을 통해 궤도시설에 대한 용도구분을 ‘운수시설’에 포함되도록 해 ‘교통약자법’ 또는 ‘장애인 등 편의법’상 편의시설 대상 시설로 적용시키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