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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인터뷰] 홍승희, 날아오르다
2021. 05. 07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홍승희가 브라운관 첫 주연 도전을 성공리에 마쳤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홍승희가 브라운관 첫 주연 도전을 성공리에 마쳤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날아오르기 위해 날갯짓을 시작했던 때, 처음 카메라 앞에 서게 됐을 때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어요.”

배우 홍승희는 2018년 KBS 2TV ‘땐뽀걸즈’로 데뷔한 뒤 드라마 ‘너의 노래를 들려줘’(2019), ‘메모리스트’(2020), ‘바람과 구름과 비’(2020) 등과 웹드라마 ‘연남동 키스신’(2019)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호평 속에 종영한 tvN ‘나빌레라’를 통해 브라운관 첫 주연 도전을 성공리에 마치며 더욱 빛날 앞날을 예고했다.

‘나빌레라’는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박인환 분)과 스물셋 꿈 앞에서 방황하는 발레리노 채록(송강 분)의 성장을 그린 작품. 홍승희는 어릴 적부터 아빠 성산(정해균 분)의 계획대로 살아오다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은호 역을 맡아, 20대 청춘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호평을 얻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홍승희는 “시원함 보다 섭섭함이 더 크다”며 ‘나빌레라’와의 작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쉬워요. 모든 게 빨리 끝난 것 같아서… 촬영도 그렇고, 방송도 그렇고요. 시원섭섭한 느낌보다도 아쉬움이 더 큰 것 같아요. 16부작도 짧다고 느꼈는데, 12부작이라서 더 그렇게 느낀 게 아닌가 싶어요. 또 보신 분들이 다 웰메이드라고 해주고, 따뜻한 드라마라고 힐링 받았다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는데, 그래서 더 아쉬운 것 같아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나빌레라’는 발레라는 신선한 소재와 따뜻하고 착한 이야기,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열연 등으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에 ‘인생작’으로 남았다. 홍승희는 “용기와 위로를 준 따뜻한 드라마”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요즘 유독 삶의 힘듦을 모든 분들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시기에 보는 분들에게 힘을 준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해요. 마지막에 덕출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날아오를 수 있다’고 용기를 주고 위로를 해주는 드라마라 좋은 반응을 얻은 게 아닐까 싶어요.”

‘나빌레라’에서 20대 청춘의 얼굴을 대변한 홍승희. /tvN
‘나빌레라’에서 20대 청춘의 얼굴을 대변한 홍승희. /tvN

홍승희가 연기한 은호는 아버지가 설계한 쳇바퀴 삶이 고된 모범생. 안 다녀본 학원이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성산의 계획에 지쳐버린 인물이다. 그러다 발레라는 확고한 꿈을 향해 도약하는 채록을 만나면서 자신의 인생을 직접 써 내려가기로 결심하고 성장한다. 

“은호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좌절할만한 순간을 맞이하는데, 좌절한 건가 했는데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가더라고요. 또 은근히 할 말을 하거든요.(웃음)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멋있는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치열하게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 또한 은호를 보면서 힘을 얻었어요. 나도 저렇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죠.”

원작에서 일흔 살의 나이에 발레에 도전하는 할아버지 덕출을 응원하는 손녀의 역할에 그쳤던 은호는 드라마에선 완벽한 모범생과 끊임없이 고뇌하는 청춘을 넘나드는 캐릭터로 확장됐다. 그리고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은호의 모습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청춘을 대변하며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저도 처음에는 왜 은호의 이야기가 원작보다 이렇게까지 생기게 됐을까 의아했어요. 그런데 덕출 할아버지도 채록이도 각 인물마다 전달해 주는 메시지가 있더라고요. 그중에서 은호는 청춘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채록도 청춘이지만, 발레를 하는 조금 특수한 상황이잖아요. 그걸 배제한 평범한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은호의 서사가 늘어나지 않았나 생각했죠. 청춘을 대변할 만한, 20대 초반 초년생들의 모습이 많이 담긴 것 같아요.”

홍승희가 은호를 통해 성장했다고 전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홍승희가 은호를 통해 성장했다고 전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홍승희도 채록처럼 조금은 ‘특별한’ 직업을 가졌지만, 20대 청춘으로서 은호의 마음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원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조금 뒤로 밀리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아요. 원래는 나의 어떤 것이 중요했는데, 꾹 참거나 뒤로 놔둬야 할 때. 또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 나가지만,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잖아요. 실수를 하기도 하고 잘 모르기도 하고 그런 걸 겪는 은호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이 많이 됐고, 맞닿은 지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은호가 좌절하거나 어려운 순간에 닥쳤을 때는 오디션에서 떨어졌던 경험이 생각나기도 했고요.”

홍승희도 은호처럼 하고 싶은 일이 없어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부모님 앞에서 ‘도대체 뭐 하고 먹고살아야 하냐’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그런 딸에게 엄마는 ‘연기’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고, ‘시작이나 해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만난 첫 연기는 그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엄마의 제안이)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한번 가보기나 하자 해서 연기학원에 갔는데 재밌는 거예요. 대사를 서로 주고받는데 그냥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이 길을 가도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을 했죠. 그런데 그런 감정이 든 게 연기밖에 없었던 거예요. 다른 건 다 흑백인데 이것만 색칠된 것처럼…”

막상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은 했지만, 확신이 서진 않았다. ‘네가 연기를 한다고?’라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도 견뎌야 했다. 하지만 홍승희는 포기하지 않았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 더 열심히 앞으로 나아갔다. 은호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재밌어서 시작은 했는데 제게 확신이 없었어요. 제가 해내지 못할 거란 주변의 시선도 많았어요. 그런데 내가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이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해보고 나와야 후련할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부정적인 시선에 대한 오기도 생겼던 것 같아요. 확신으로 바꾸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간절해졌던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해서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죠.”

홍승희(왼쪽)가 박인환, 나문희를 통해 많은 배움을 얻었다고 전했다. /tvN
홍승희(왼쪽)가 박인환, 나문희를 통해 많은 배움을 얻었다고 전했다. /tvN

박인환‧나문희 등 대선배와 함께 한 ‘나빌레라’ 현장은 그런 홍승희의 마음에 더 큰 불씨를 지폈다. 여전히 식지 않은 두 선배의 뜨거운 열정은 감탄을 자아내는 것과 동시에 자극이 되기도 했다고. 

“하나의 일을 오랫동안 해오셨잖아요. 경험과 연륜이 엄청 많이 쌓이다 보면 열정이라는 게 작아질 수 있고 불꽃이 사그라들 수 있는데, 두 선생님의 열정은 너무 대단한 거예요. 저도 발레를 취미로 잠깐 해봐서 아는데 정말 힘들거든요. 그런데 박인환 선생님이 그걸 해내시는 걸 보면서 정말 대단하시다고 생각했어요. 나문희 선생님은 대본 리딩도 허투루 하지 않으세요. 열정이 놀라웠고, 꼭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신예 홍승희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역할로 최대한 자주 대중과 만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당찬 포부를 덧붙였다.

“방 벽에 포스트잇으로 붙여놓은 건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가 되자’는 거예요. 모든 게 갖춰져야 그런 마음이 들겠더라고요. 당연히 실력도 있어야 하고, 같이 일할 때 편하려면 성격과 인성도 모나지 않아야 하고요. 모든 걸 아울러야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제 모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