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융투자업계가 최근 ‘낙하산 논란’으로 뒤숭숭하다. 주요 금융기관이나 기관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낙점되면서 자격시비와 낙하산 논란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예탁결제원도 최근 이 같은 논란에 휘말린 곳 중 하나다. 

예탁결제원은 오는 17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일정을 취소했다. 이날 예탁결제원은 한유진 전 노무현 재단 본부장을 상임이사로 선임할 예정이었다. 또한 한 전 본부장을 상임이사 직급을 신설하고 임원 퇴직금 지급 대상에 상임이사를 추가하는 정관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었다.  

예탁결제원 측은 임시주총 철회에 대해 자세한 배경을 설명하진 않았지만 낙하산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됐다. 업계와 정치권에선 예탁결제원이 한 전 본부장을 상임이사로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한 전 본부장이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인사인데다 금융 분야 경력이 전무한 점이 단초를 제공했다.

한 전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2012년, 2017년 대선이 치러질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특보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또한 현 정부에선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여기에 예탁결제원이 한 전 본부장 선임을 위해 없던 직급까지 만들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더욱 거세지기도 했다.

예탁결제원은 논란이 쉽게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자 않자 결국 주총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싸늘한 시선은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예탁결제원은 자본시장 내 핵심 기관 중 하나다. 주식, 채권, 펀드 등 증권을 예탁 받아 보관하고 증권거래 과정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자본시장 내 주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기관의 상임이사라면, 이에 걸맞은 충분한 금융 전문성과 경력이 요구된다. 이번에 예탁결제원이 상임이사로 영입을 추진한 인사는 현 정권과의 연관성을 떠나, 이러한 전문성 측면에서 의문을 남기고 있다. 

예탁결제원이 마주한 무거운 과제를 감안하면 비전문가 영입 논란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예탁결제원은 시장 지원을 위한 다양한 업무 과제 외에 ‘부실 사모펀드’ 사태로 불거진 시스템 개선과 신뢰 회복이라는 숙제를 짊어지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책임론에 휩싸인 상태다. 감사원은 지난 7월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를 감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옵티머스 펀드 사무관리를 맡은 예탁원이 무보증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종목명을 부당하게 입력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해 공동책임을 주장하며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태로 흔들린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어느때보다 신중한 행보가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비전문가 낙하산 논란’은 시장 기대와는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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