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탁에서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수산업의 생산률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바다 자원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양식업’에 대한 활용 가능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사진=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간의 가장 중요한 먹거리 중 하나는 ‘수산물’이다. 생선부터 각종 해초, 조개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하루에 수많은 종류의 수산식품을 섭취한다. 특히 최근 들어 생선에 오메가3와 각종 비타민 등 우리 몸에 이로운 성분이 많다는 연구결과들이 등장하면 수산식품 소비량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우리 식탁에서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수산업의 생산률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바다 자원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양식업’에 대한 활용 가능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 첨단 ICT로 최적화한 ‘스마트 양식’, 생산량 증대 및 지속가능한 어업의 ‘해답’

스마트 양식이란 양식수산물의 효율적․친환경적 생산을 위한 최적 생육 알고리즘 구축과 양식수산물의 ‘생산-가공-판매’ 산업 시스템을 빅데이터, 인공지능(AI)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 자동화․지능화한 기술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스마트 양식 사업의 핵심 기술은 △어류 먹이행동 데이터 기반 사료 공급 △수중영상을 통한 어류 크기·무게 측정 △용존산소 자동 공급·조절 △수산재해 대비 양식장 관리·운용 기술 등으로 꼽힌다.

해양수산부 측 설명에 따르면 양식장에 설치된 수온 및 용존 산소량, pH센서 등을 통해 AI가 실시간으로 양식장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환경을 유지시키고 사육환경에 맞춰 적정량의 사료를 공급해 기르는 어류들의 건강 및 품질을 최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스마트양식 기술에 대해 ‘국내 스마트양식 기술 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ICT 기술은 폐쇄형 육상 양식장에서 요구하는 양식환경 및 양식어류의 상태에 대한 정밀한 측정과 관리를 지원해 안정적인 양식을 가능하게 했다”며 “양식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들은 양식환경에 대한 분석과 예측에 활용돼 어류에 대한 안정적인 생산뿐만 아니라, 시장의 수요에 맞춘 계획 생산까지 가능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에서 운영 중인 2만여 개의 IoT(사물인터넷) 기반 센서를 장착한 차세대 외해양식용 해상플랫폼 ‘Ocean Farm (오션팜) 1호’의 설명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에서 운영 중인 2만여 개의 IoT(사물인터넷) 기반 센서를 장착한 차세대 외해양식용 해상플랫폼 ‘Ocean Farm (오션팜) 1호’의 설명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

이 같은 스마트 양식 기술이 수산 업계에서 최근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급증하고 있는 수산물 소비량을 충족하고 위함이며, 두 번째는 폭발적 인구 증가로 인해 고갈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바다의 해양생물자원에 대한 보존에 대한 해결책 마련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수산물 소비량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2020 세계 수산 및 양식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수산물 소비는 1961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3.1%의 증가율로 성장해 인구 증가율인 1.6%를 넘어섰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이 2001년 기준 42.2kg에서 2017년 65.9kg로 16년 동안 약 56%나 증가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수산물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해양 생태계 또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비영리기구 해양관리협의회(MSC)에 따르면 전 세계 어업 활동 중 33.1%가 지속가능한 수준을 초과했다. 또한 1970년부터 2012년 사이 수산 자원량은 절반에 가까운 49%가 감소했다. 

한국기업데이터 신지혜 선임전문위원은 24일 ‘스마트양식: 4차 산업혁명 기술 활용하여 양식 산업 시스템을 자동화 및 지능화한 기술’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 양식기술은 양식생산량 증대뿐만 아니라, 기존 양식 산업이 가지고 있던 환경 문제, 자연재해 취약성, 항생제 과다 투입에 따른 수산 식품 안전성 문제 등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양식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실제 운영 중인 노르웨이의 스마트 연어 양식장의 모습./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

◇ 세계 스마트 양식 시장 규모, 2023년 4.3억달러 전망…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 선도

그렇지만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 하더라도, 시장 경쟁력이 있어야 기업과 어업 종사자들이 스마트 양식 산업에 뛰어들 것이다. 과연 스마트 양식 산업은 경제적 관점에서 경쟁력이 있는 산업 분야일까.

일단 국내외 경제 부문 전문가들의 시각은 스마트 양식 산업이 경쟁력 있는 ICT 신사업 분야라 보고 있다. 앞서 설명했던 내용처럼 세계적으로 수산물 소비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수산자원 남획에 따른 기존 어선어업에 대한 대체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스마트 양식 산업 분야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가 발표한 ‘2023년 스마트 농업 시장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 양식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1억5,200만달러 수준에서 오는 2023년 4억3,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야노경제연구소(yanoresearch)는 8월 ‘일본의 차세대 양식/양식 시장: 2021년 주요 연구 결과’ 리포트를 통해 “스마트 양식업은 전체 어업 가치 사슬을 포괄하는 데이터 플랫폼이 향후 몇 년 내 개발 및 배포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역경제(일본) 활성화를 원하는 지자체들 사이에서 해양양식 시스템의 도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스마트 양식 산업이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우수한 신사업이 될 가능성이 점쳐짐에 따라 주요 수산물 소비 국가들은 스마트 양식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추세다. 

세계 스마트 양식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국가는 노르웨이, 덴마크 등 유럽(EU) 소속 국가들이다. 노르웨이 중심의 다국적 기업 AKVA는 해양 및 육상에서 양식업 운영을 위한 빅데이터 기반의 양식생산 자동화 기술 솔루션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덴마크 소속의 Oxyguard는 산소측정 및 제어솔루션에 관한 세계표준을 주도하고 있으며, 산소측정 및 제어솔루션을 순환여과양식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스마트 양식 산업 확장을 위해 노력 중이다. 사진은 김부겸 국무총리가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강원도 수산자원연구원을 방문해 스마트 양식 연구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우리나라 정부도 스마트 양식 ‘잰걸음’… 기술·자본·인력 부족 등은 해결 과제

수산물 소비량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주도 하에 스마트 양식 산업 확장을 위해 노력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월 ‘제2차 수산업․어촌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어업과 양식, 어항 안전관리 및 수산식품 가공유통 등 수산업 에 4차 산업혁명 기술 확산으로 스마트 산업으로의 전환 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특히 스마트 어업관리 와 ICT 접목 양식업 전환으로 생산 부문의 스마트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노르웨이나 덴마크 등 스마트 양식 산업을 선도하는 북유럽 국가들처럼 스마트 수산업 강국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국내 양식사업자들 대부분이 소규모 영세성 사업인 경우가 많아 인력 및 자본 부족 등의 문제, 핵심 기술 부족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다수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강원도에서 추진했던 ‘양양 친환경 스마트 육상연어 양식산업’의 경우 국토교통부에서 사업계획서 부실을 이유로 반려했다고 알려졌다.

국회입법조사처 유제범 산업자원팀 입법조사관은 ‘스마트 양식산업의 현황과 향후과제(2019.12)’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 양식 산업 정책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 및 지원 조직 미흡, 기자재 및 소프트웨어 등 관련 핵심 기술 부족 등 스마트 양식산업 확산의 제한요소가 많다”며 “이와 같은 제한요소를 극복하고 스마트 양식산업 육성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향후 추가적인 법개정을 통한 법적 근거 마련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스마트 양식 산업은 ICT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이 융합돼야 하므로 양식산업을 포함한 수산업 전반에 새로운 인력과 자본이 적절히 유입될 수 있도록 진입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기존 양식어가의 경쟁력 강화도 동시에 고려돼야 하고, 국제적인 수요가 있는 양식품종의 종자 및 사료기술, 수산동식물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 및 의약품 개발 등 양식 관련 기반기술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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